“40층 건물에 문화재 가치 침해돼” VS “주변 정비해야 가치 더 높아져” 입장 ‘팽팽’
이 과정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경한 발언을 통해 서로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여야 유력 대권주자 간 대결구도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17일 각각 기자간담회와 입장문을 통해 세운지구를 둘러싸고 상반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국가유산청은 기자간담회에서 종묘 맞은편에 최고 높이 145m의 고층 건물이 들어섰을 때의 가상 모습 구현해 공개하기도 했다. 유네스코에서도 문화재 인근 초고층 빌딩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며 “유네스코 측은 세운4구역의 고층 건물 개발로 인해 세계유산인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고 명시하며 영향평가를 반드시 받도록 권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센터와 자문기구의 긍정적인 검토가 끝날 때까지 (서울시의 세운4구역 관련) 사업 승인을 중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세계유산 사무국 역할을 하는 세계유산센터(WHC)를 뜻한다. 해당 문서는 세계유산센터 명의로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를 거쳐 15일 국가유산청에 전달됐다.
같은 날 서울시는 이민경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의 법적 전제가 되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조차하지 않고 있다가, 세운 4구역 재개발이 쟁점화된 이후에야 뒤늦게 이를 지정했다”면서 “국가유산청이 그동안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은 이행하지 않다가, 서울시의 특정 사업을 겨냥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국가유산청의 발표에 반박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고시를 통해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변경한 바 있다.
해당 계획은 문체부와의 소송에서 서울시가 승소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6일 대법원은 서울시의회가 “문화재보호법의 위임 없이 종묘 등 국가지정유산의 외곽경계로부터 100m를 넘어선 지역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판단에 해당 문화재보호조례 조항을 삭제한 것에 대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일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함께 종묘를 방문해 “세계유산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관련 법령 개정과 새 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새 법령 제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종묘 정문에서 첫 건축물이 시작되는 거리가 170m, 종묘 정전까지는 500m”라며 “이런 거리를 두고 영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과학적 근거 없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또 “500m 떨어진 곳에 100층, 150층 건물을 짓는데 김민석 국무총리께선 ‘숨이 턱 막힌다’, ‘기가 눌린다’는 감성적인 표현을 쓰는데 과학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김민석 총리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나 13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 따라 종묘 일대 19만4089.6㎡는 세계유산지구로 최종 지정됐다. 정부는 해당 지구에 속한 세운4구역도 개발계획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총리는 14일에도 서울 광진구 한강버스 선착장을 방문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초반 한 달 (사고로 인해 운항을) 쉬었을 때 문제가 됐던 게 무엇이냐”고 한강버스 사업에 대해 점검을 당부한 바 있다.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버스는 지난 9월 18일 정식운항을 시작한 뒤 결함 발생 등을 이유로 열흘 만에 운항을 중단했다. 그후 무승객 시범운항을 거쳐 지난 1일 운항을 재개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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