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왜 의미 없는 트렌드를 선택할까?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는 글로벌 트렌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숫자 6-7(식스-세븐)을 반복하는 밈, 문장 사이에 뜬금없이 ‘스키비디(skibidi)’를 끼워 넣는 표현, 초현실주의 AI 애니메이션 ‘발레리나 카푸치나’, 알렉세이 게라시모프의 ‘스키비디 토일렛’ 유튜브 시리즈는 모두 올해 강타한 이른바 ‘뇌썩음(brain-rot)’ 트렌드의 대표 사례다. 맥락은 없지만 중독성은 강한 콘텐츠들이다.

이 흐름을 설명하는 용어 ‘코피움(Copium)’도 등장했다. ‘대처하다(Cope)’와 ‘아편(Opium)’의 합성어로, 어리석어 보이는 방식으로 현실을 버티며 동시에 그 상태에 중독되는 모습을 뜻한다. 특히 상황을 비이성적으로 정당화할 때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코피움 문화가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관찰 당하는 Z세대가 자신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놀이”라고 분석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Z세대 트렌드는 ‘헛소리’로 치부될 수 있지만, 사실은 재치 있는 은폐 전략에 더 가깝다”며 “핵심은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Z세대가 팬데믹, 국제 갈등, 기후 위기 등 전 세계적 혼란을 물려받았다”며 “재난 속에서도 쾌활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불확실한 시대에 울기보다는 웃음을 선택하는 것이 Z세대의 생존 방식이라는 뜻이다.

실제 Z세대도 이 유행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인디애나주에 사는 애슐린 섬터(10)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6-7 밈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전했고, 펜실베이니아의 딜런 굿맨(16)은 “어른들이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더 재밌어지는 우리만의 농담”이라며 “어른들은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전문 출판사 스크린샷의 콘텐츠 책임자 알마 파비아니 역시 “Z세대는 모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그 시선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게 더 재밌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코피움 감성은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디펜던트는 조한 맘다니 뉴욕 시장을 코피움을 잘 활용한 대표 사례로 꼽았다. 34세인 그는 생방송 토론, 거리 유세뿐 아니라 틱톡의 ‘Are you Okay?’, ‘Subway Takes’와 같은 밈 기반 바이럴 시리즈를 적극 활용해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시장 출마 선언도 지하철에서 교통카드를 마이크처럼 들고 찍은 틱톡 영상으로 발표했다.

선거 직전엔 뉴욕의 주요 클럽 무대에 올라 젊은 유권자를 직접 만났고, “힘든 세상일수록 기쁨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8~29세 유권자의 78%가 맘다니에게 투표했다. 인디펜던트는 맘다니의 변화와 쾌활한 태도를 언급하며 “그는 Z세대의 언어로 소통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Z세대 바로 아래인 알파세대로까지 이어지면서, 점점 추상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