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설계하는 성과 및 무게감 있는 내러티브 리더십 시험대 올라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이어 미국 해군참모총장과의 회담,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과의 협력 논의, 그리고 조선·에너지·기계 계열사의 생산 현장 점검까지 쉼 없는 행보다. 이 장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 공통점이 명확해진다.
다양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옷차림·행동·소통 방식은 일관된 톤을 유지하며,서로 다른 산업군을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로 엮는 역할을 한다.
조직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 연구에서는 “리더의 외적 표현은 1차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분석한다. 그의 최근 행보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말로 설명하기 전에 이미지로 먼저 방향을 제시하며 변화의 서두를 ‘리더의 존재감’에서 출발시키고 있다.
슈트와 작업복 사이 세 가지 서사
정 회장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모든 옷이 같은 서사를 향한다. 용산 대통령실 사진 속 다크 네이비 슈트는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권위와 신뢰를 전달하는 전형적 리더의 상징이다.
연한 패턴 타이는 공격성을 줄이고 기술·산업 분야 리더에게 필요한 이성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재킷 실루엣 역시 과한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몸에 적절히 핏을 맞춰 ‘준비된 단단함’을 표현한다.
반면 APEC CEO 서밋에서는 베이지 재킷과 라이트 블루 셔츠라는 완전히 다른 톤을 선택한다. 베이지의 부드러움은 미래·혁신·개방성을 상징하며 제조업 기반 리더가 무대 위에서 ‘기술을 인간적으로 설명하는 리더’로 전환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라이트 블루는 청결한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거리감을 줄인다.
현장 경영에서 착용한 HD현대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과 캡 모자는 그 자체로 “책상 위 리더가 아니다”라는 선언이다. 특히 설비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사진은 제조업 리더의 핵심 자산인 ‘현장 기반 리더십’을 구현한다.
작업복의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형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점도 안전·규율·품질을 강조하는 기업 아이덴티티와 일치한다.
해외 인사들과의 회담에서는 다시 다크 톤 슈트로 돌아오지만 넥타이를 과하지 않게 선택하고 어깨선을 자연스럽게 맞추는 절제된 스타일이 협력적인 리더십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정장, 강연 재킷, 작업복이라는 세 가지 세계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기술 기반 산업의 리더로서 신뢰·전문성·투명성을 시각적으로 굳히는 전략적 일관성이다.
몸이 먼저 말하는 리더 : 행동의 결에서 읽히는 리더십
생산 현장에서 그는 몸을 낮추고 설비에 얼굴을 가까이 두며 세심하게 관찰한다. 이는 단순한 현장 방문이 아니라 품질·안전·기술이라는 조직의 우선순위를 행동으로 재확인시키는 상징적 장치다.
임직원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은 제조업의 위계 구조 속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조직 구성원에게 ‘기술은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철학을 몸으로 보여주는 접근이다. 해외 파트너와의 만남에서는 정중함과 균형이 핵심이다.
미 해군참모총장과의 사진에서 그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팔꿈치를 견고하게 고정한 채 악수한다. 과한 제스처는 배제하고 신뢰와 전문성만 남긴 ‘협력 중심의 외교형 리더십’을 구현한다. 인도 측과의 회담에서도 동일한 구도가 반복된다.
강연에서는 속도를 조절하며 말의 구조를 쌓아가는 방식이 돋보인다. 팔을 크게 흔들지 않고 손가락으로 포인트를 짚어가는 화법은 기술 설명, 산업구조 변화, 장기 전략 같은 복합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는 화려한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리더가 아니라 핵심 메시지의 명료성과 현실적 균형을 중시하는 ‘기술적 리더’에 가깝다.
슬로건보다 숫자, 화려하지 않지만 설득력 있는 언어
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감성보다 구조에 가깝다. 숫자·계획·구조를 한 세트로 제시하는 방식은 기업 리더십 연구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그는 ‘5년간 15조원 투자’라는 큰 틀을 제시한 뒤 이를 ‘에너지·AI·로봇 8조원’과 ‘조선해양·DX 7조원’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이어 ‘스마트 조선소→실증센터→AI 데이터센터 연계’라는 실행 구조를 연속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술·자본·국가 협력이라는 다층적 메시지를 받을 사람에게 ‘리스크와 기회가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를 선명하게 만든다.
또 미국·인도·유럽 등 국가가 달라도 그가 사용하는 핵심 단어들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신뢰, 기술, 장기 전략, 동반성장. 이 단어들은 그의 개인 브랜드가 아닌 기업 브랜드의 정체성에 가깝다.
즉 그는 자신을 화자로 내세우는 리더가 아니라 ‘HD현대’라는 기업을 화자로 만드는 방식의 소통을 구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화려한 슬로건형 메시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 변화’, ‘실행’, ‘지속’ 같은 단어들이 반복되는 점은 기술 기반 기업의 리더십과 긴밀하게 맞물리며 복잡한 산업군을 ‘이해 가능한 언어’로 재조립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정장·작업복·강연 복장이 서로 다른 세계를 대표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철학을 향하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기술, 신뢰, 실용, 그리고 장기 전략 중심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 더 큰 리더십 스케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는 무게감의 확장이다. 그의 이미지와 메시지는 합리적이고 구조적이지만 조선·에너지·방산이라는 전략 산업군을 이끄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깊은 경륜과 중후함의 층위는 앞으로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는 스토리, 소통 방식, 그리고 비주얼의 디테일에서 충분히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이다.
둘째는 감성적 내러티브의 도입이다. 숫자와 구조는 설득을 가능하게 하지만 구성원을 움직이는 힘은 언제나 이야기에서 나온다. ‘왜 우리가 이 길을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인간적 해석이 더해질 때 그의 리더십은 산업을 이끄는 수준에서 산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리더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산업 전환의 시계가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지금, 그의 옷차림·행동·소통은 이미 다음 단계의 리더십을 향한 초석을 놓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위에 어떤 무게와 서사를 더해갈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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