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입지 좋은 서울 빌라촌 ‘불장’, 투자자들 발길 모여
빌라의 투자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주택 전월세 급등으로 매매가 대비 임대수익이 높은 데다 노후 주택가에 모아주택,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 등이 추진되면서 ‘미래 아파트’로서의 가치가 더해졌다.
특히 기존에 아파트 시세가 가파르게 올랐던 지역의 비(非)아파트 시장은 이미 ‘불장’으로 들어섰다. 저렴한 물건이 시장에서 급격히 소화되면서 거래량이 늘고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매 건수 급증…살아나는 빌라 시장
두 기간을 비교할 때 가장 매매 건수가 많이 증가한 곳은 서울 양천구 목동이다. 586건이던 것이 지난 1년간 1001건 거래되는 등 매매 건수가 급증했다. 그 뒤를 동작구 상도동(566→882건), 송파구 잠실동(122→334건), 양천구 신정동(301→499건), 성북구 장위동(191→383건) 등이 이었다.
목동과 상도동은 강서구 화곡동에 이어 서울에서 거래량이 많은 지역 2위, 3위를 차지하기도다. 광진구 구의동은 561건이 거래되며 10위권으로 진입했다. ‘빌라촌’으로 유명한 화곡동은 1위를 이어갔지만 매매 건수가 외려 줄었다.
건물 지상 층수가 5층 이상이면 건축법상 아파트, 그 이하는 연립(연면적 660㎡ 초과)이나 다세대다. 빌라는 주로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 또는 연립주택 등 저층 공동주택을 뜻한다.
연립·다세대는 주로 세대수가 적고 주차, 쓰레기 처리가 불편하며 소형 위주라 아파트보다 주거 편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매수요가 적다 보니 ‘환금성’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재개발 등의 호재가 아니면 실수요 목적이나 노후 임대수익용 매수 사례가 많았다. 게다가 전세사기 여파로 2~3년 사이 임차와 매매 수요가 동반 급감했다.
그런데 최근 빌라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와 서울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한 주택개발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이후 빌라를 짓던 사업자들이 개발 수익을 포기하고 새 빌라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입임대 주택으로 매각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그런데 최근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자체 분양을 검토하겠다는 사업자들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누르자 튀는 빌라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아파트를 매수하면 재건축 조합원 자격 승계가 어렵다. 매도인이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했다면 예외가 적용되지만 이 또한 1주택인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재개발은 사업 후반 단계인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매매 시 조합원 자격 승계가 가능하다.
한 목동 부동산 관계자는 “10·15 대책 발표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던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에 비상이 걸렸다”며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 조합설립이 된 이후에는 팔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도심복합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빌라가 밀집한 노후 주택가의 개발 압력도 높아졌다. 최근 목동 같은 학군지나 ‘한강벨트’에 속하는 주거 선호지역의 빌라가 인기 상품이 된 이유다.
정상렬 천자봉플러스 대표는 “매년 의대와 명문대 입학생을 다수 배출하는 강서고 인근 목4동의 선호도가 높고 신정역 인근에도 역세권 개발이 추진되는 등 재건축 단지 외에도 인근 주택가에 호재가 있다”고 설명했다. 목4동 일대(목동 772-1 일원)는 LH 주도로 도심공공복합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 서초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인근 재건축 아파트에 살며 시세 차익을 본 손님들이 재개발 호재를 기대하며 투자하려는 사례가 많다”며 “매수가 붙으니 집주인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아파트? ‘가성비’ 꼼꼼히 따져야
한국부동산원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1월 최고점(102.94)을 찍은 뒤 하락하다 2024년 5월 상승 전환하며 소폭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올해 하반기 들어 상승폭이 커지면서 지난 10월 103.12로 전고점을 넘어섰다.
상도동 소재 A빌라는 전용면적 69.85㎡ 타입(대지권 면적 32.5㎡)이 올해 5월 4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같은 단지 같은 타입이 약 2달 뒤인 7월 1억8000만원이 오른 6억3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이 빌라가 위치한 상도15구역은 신속통합기획 2차 지정지로 지난 4월 정비구역 지정 고시 이후 11월 6일 사업시행자 고시를 마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상도동에선 상도14구역 재개발 사업도 15구역과 같은 날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고 상도23구역 재개발과 상도동 242 모아타운, 상도동 279 모아타운 사업도 등도 추진되고 있다. 상도동이 속한 동작구는 강남권, 여의도와 접한 한강벨트로 흑석뉴타운, 노량진뉴타운 등이 추진되며 일대가 주거 선호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최근 들어 정비사업 호재로 들썩이며 호가가 오르기 시작한 빌라 투자는 주의할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아직 사업 초기에 불과할 경우 진행 과정에서 사업이 좌초되거나 각종 갈등, 규제로 인해 지연되는 등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최근 빌라 매수는 실수요나 임대수요보다는 재개발 호재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아 소위 ‘괜찮은 동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사업 초기 빌라는 호재 여파로 호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특성이 있지만 무턱대고 샀다가는 앞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규제나 정책 영향으로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으므로 ‘물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평소 시세보다 너무 높은 가격에 진입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