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와비사비(侘び寂び)는 일본 전통 미학 개념으로, 단순하고 소박함을 뜻하는 ‘와비’와 오래되고 낡은 멋을 의미하는 ‘사비’가 합쳐진 말이다. 화려함보다 간소함, 인위적 완성보다는 자연스러운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깨진 찻잔이나 빛바랜 나무 계단에서 느껴지는 정취가 대표적이다.
이 미학은 200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킹 오브 더 힐(King of the Hill)’ 속 짧은 장면에서 밈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극 중 13살 소년 ‘바비 힐’이 장미를 들고 “내 장미는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게 좋아. 와비사비한 느낌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바비는 “좀 짧거나 굵어도 괜찮아. 다른 장미보다 개성이 넘치는 거잖아”라며 완벽함을 강요하는 장미 대회 규칙에 맞선다. 아버지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바비는 “와비사비는 동양의 전통이에요. 결점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거죠. 자유의 종에 난 균열이나, 신디 크로포드 얼굴의 점처렴요”라고 덧붙인다.
연인·친구의 작은 결점을 칭찬하는 영상부터, 비대칭 얼굴이나 흉터를 매력 포인트로 소개하는 영상 등 표현 방식도 다양하다. 부풀지 않은 케이크, 스크래치 난 재킷 등 일상의 사소한 결함도 콘텐츠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일상의 단점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바이럴 마케팅의 전략으로까지 기능한다.
트렌드 대시보드 트렌드팝·펜토스에 따르면, ‘와비사비’ 음원은 틱톡 인기 사운드 차트에 빠르게 올랐고 사용량은 수십만 건, 누적 조회수는 수억 회를 기록 중이다.
미국 패스트컴퍼니는 와비사비를 “‘예방 페이스리프트’ 시대에 꼭 필요한 감성”이라고 분석했다. “와비사비는 닳은 계단, 주름처럼 시간이 만든 불완전성과 자연스러운 마모를 기념하는 미학”이라며 “비현실적 미의 기준이 강조되는 시대에, 개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결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흐름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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