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Z세대, 사무직 대신 '억만장자 보모' 택한다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초부유층의 사적 생활을 지원하는 ‘프라이빗 직원(private staffing)’이 새로운 고소득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취업 시장의 불안정 속에서 전통적인 기업 사다리를 오르는 것보다 더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Z세대는 사무직을 기피하고 억만장자의 보모나 개인 비서로 일하고 있다”며 “최근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대규모 해고가 이어지며 취업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보도했다.

프라이빗 직원은 보모·비서·집사·전담 요리사 등을 포함한다.

BI는 부유층 가정의 보모로 일하는 캐시디 오헤이건(28)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연 15만~25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3억 7,000만 원)를 받으며, 유급 휴가, 401K(미국 퇴직연금), 의료보험 등 복지 혜택도 누린다. 개인 셰프가 제공하는 식사, 전용 운전 기사, 전용기 여행 등 특혜도 제공받는다.

오헤이건은 대학원 졸업 후 대기업 의료 영업직에 취직했지만 수직적인 조직 문화, 긴 근무시간, 뉴욕 생활비 대비 만족스럽지 않은 초봉에 회사를 떠났다. 이후 고소득층 보모 일을 시작했고, “직장 다닐 때보다 수입이 4만 달러 늘었다”고 말했다.

프라이빗 셰프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여름마다 고소득층 가정에서 일하는 셰프 줄리아 더들리(26)는 “하루 2~3끼만 준비해도 직장보다 수익이 훨씬 높다”며 “수입이 최대 세 배까지 늘어날 수 있어 많은 셰프가 5성급 레스토랑을 떠나 프라이빗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유층 증가와 함께 프라이빗 직원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내 억만장자 수는 2000년 322명에서 현재 3,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투자 가능 자산 100만~500만 달러(약 15억 원~74억 원)를 보유한 전 세계 인구가 지난 25년간 4배 증가해 5,200만 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UBS는 이를 두고 ‘일상적인 백만장자의 부상’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따라 프라이빗 직원 연봉도 상승세다. 미국 인력 중개업체 ‘타이거 리크루트먼트’는 가정부 연봉을 연 12만달러(약 1억 8,000만 원), 보모는 최대 15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 여러 주거지를 관리하는 하우스 매니저는 연 20만~25만 달러(약 3억~3억 7,0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관련 인력 파견 업체 수도 급증했다. ‘퍼스널 어시스턴트 네트워크’ 설립자 브라이언 다니엘은 “2007년 회사를 세웠을 당시만 해도 슈퍼리치를 위한 전문 업체는 극소수였다”며 “지금은 전 세계 1,000개에 달하며, 그중 약 500개가 미국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빗 직원은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직업이 되어가고 있다”며 “최근에는 업계 신입들이 젊을 뿐 아니라 대졸 이상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사 학위 소지자, 사업가, 부동산 종사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기업 문화에 환멸을 느끼는 동시에 더 높은 수입을 갈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직장 내 리더십 직책’을 커리어 목표로 꼽은 Z세대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임금 기대치도 전 세대와 큰 격차를 보인다.

금융 서비스 회사 엠파워 조사에서는 Z세대가 생각하는 ‘재정적 성공’으로 여기는 연봉이 약 59만 달러(약 8억 7,000만 원)로, 베이비붐 세대가 꼽은 10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의 6배에 달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