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 소급 적용에 주가 강세…엔비디아 협력 재조명 “중장기 상승 여력 확대”
제조사에서 기술기업으로 ‘디지털 모빌리티’ 전환 전략에 업계 기대감 확산
■관세 우려 해소에 주가 ‘화색’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12월 1일(현지 시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1월 1일 기준 소급 적용해 15%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것이 자동차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10월 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인 이른바 ‘세기의 치맥 회동’ 이후 단숨에 29만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한 달간 지지부진하며 25만원대까지 밀렸었다. 12월 1일에는 외국인·기관 매도세가 이어지며 2.68%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관세 부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다시 부각되며 주가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에 이어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을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차량 운영체제(OS), OTA(무선 업데이트), 클라우드, AI 등 전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묶는 디지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회사 포티투닷(42dot)과 그룹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Pleos)’를 기반으로 차량 OS·클라우드·앱 마켓을 아우르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플레오스 플랫폼은 2026년 양산차 적용을 시작으로 2030년 약 2000만 대까지 탑재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와의 협업 본격화…2028년 완전자율주행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제조·자율주행·로보틱스 전반에 걸쳐 엔비디아 옴니버스·드라이브·토르 플랫폼을 도입한다. 특히 블랙웰(B100) GPU 5만 장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개발 방식을 대규모 AI 모델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옴니버스 플랫폼은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제조·물류·조립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품질과 개발 효율을 동시에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차량 내 AI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음성 기반 서비스 ‘글레오 AI’는 LLM(대규모언어모델) 기반으로 자연어 명령으로 차량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도화되고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이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로보택시 실증을 본격화하고 있다. 웨이모·애브라이드 등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웨이모와는 2024년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IONIQ 5 기반 자율주행차에 ‘웨이모 드라이버’를 탑재했으며 올해 말 미국 도로 시험을 시작한다. 애브라이드와는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우버 로보택시 서비스를 위해 협력 중이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서 생산되는 IONIQ 5 로보택시 100대를 우버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식은 현대차가 직접 로보택시 운영자가 되기보다는 플랫폼 기업과 협력해 시장 진입 속도와 기술 검증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SDV 기반 차량 출시, 2027년 ‘아트리아 AI’ 탑재 모델, 2028년 완전자율주행차(L4~L5)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트리아 AI는 테슬라 FSD와 유사하게 HD맵 없이 8개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ADAS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자체 AI 모델로 차량 지능화를 강화하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주환원 강화…“저평가 해소 촉진”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차그룹의 AI 전략이 성공한다면 기업가치가 완전히 새롭게 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플랫폼, SDV 운영체제, 글로벌 AI 협력 네트워크(엔비디아·웨이모·모셔널) 등 3대 축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는 기존 OEM 평가 방식이 아니라 기술 기반 플랫폼 밸류에이션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대차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해 2025~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TSR)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자사주 소각은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강력한 신호”라며 “현대차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대로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원가 부담 증가와 관세정책 불확실성, 전기차 가격 경쟁 심화 등이 주가의 상단을 누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가 제시한 실적 전망치를 보면 올해 매출 성장세는 유지되겠지만 영업이익률은 소폭 낮아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는 비용이 선투입되는 만큼 마진 개선 속도가 느릴 수 있다”며 “단기 모멘텀보다는 중기 전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전동화·SDV 전략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주가가 30만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36만원으로 13% 상향 조정했다. 키움, 대신, iM증권도 목표가를 34만원으로 올렸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내년 초 배당금과 800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공개되고 AI 기술 진전이 확인된다면 본격적으로 밸류에이션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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