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엔 위기이자 기회다. 시장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흐름 속에서 하나의 학습효과를 얻었다. 트럼프의 한마디에 요동치다가도 그 리스크가 오래가지 못하고 되레 기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잦아 시장에서는 그를 두고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붙였다. 오건영 신한투자증권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관세 충격은 상당 부분 시장이 이미 학습해 무시하는 단계에 왔다는 점과 트럼프는 여전히 금융시장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을 학습했다”고 말했다.
단, 미국의 중간선거 일정이 관세 휴전 시기와 맞물린 것은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에 반중국 정책은 주요 정책 중 유권자 지지율이 높아지는 정책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11월이 다가올수록 미·중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양국의 평화 혹은 갈등 구도와 상관없이 11~12월이 미·중 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6년에도 주목할 것은 그의 소셜미디어다. Fed의 정치화, 채권 위기?
가장 유력한 후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잠재적 Fed 의장”이라고 지목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꼽힌다. Fed 의장과 부의장은 대통령이 이사회 이사 중에서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며 임기는 4년이다.
해싯은 트럼프의 오랜 경제 참모다. 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미·중 무역전쟁의 정책 설계에 참여했다. 퇴임 후에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만든 사모펀드 ‘어피니티파트너스’에서 수석 경제고문을 맡았다.
해싯은 금리인하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더 낮은 자동차·모기지 대출금리를 누리도록 도와줄 인물을 지명할 것”이라며 스스로를 적합한 후보로 암시했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전통적 관료형 인물과는 거리가 있어 Fed의 정치적 독립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밑에서 해싯은 현실과 무관한 당파적 행동대원처럼 움직여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Fed의 정치화가 가져올 연쇄효과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이미 취약해진 각국의 재정 불안정성이 더욱 악화된다. 팬데믹 이후 경제가 견딜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대한 적자 재정이 있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선진국의 공공부채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무절제한 재정정책과 정치화된 통화정책이 결합하면 2022년 영국의 ‘채권시장 붕괴’와 같은 위험이 주요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나 일본 같은 주요 경제국에서 채권 매도 물량이 급증하면 세계 금융 상황이 경색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채권 시장이 붕괴된다면 지축이 흔들리는 것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쇼크·AI 포비아
몇 차례의 급등락을 거치며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을 ‘바겐세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 ‘지금이 가장 싸다’는 믿음은 때로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낳는다. 문제는 그 신념이 꺾일 때다. 시장이 반대로 되감기면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AI 산업에 또 다른 위기는 2026년부터 본격화할 AI 관련 법이다. 유럽연합(EU) 차원의 AI 규제 법안인 ‘AI Act’가 시행되면서 당장 8월부터 EU 내에서 AI를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모든 기업은 엄격한 투명성·책임성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AI 관련 저작권 침해 소송도 변수다. 이코노미스트는 ‘AI 경쟁 측면에서만 보면 저작권 규제가 느슨한 국가들이 AI 경쟁에서 앞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따라서 재정정책의 공백을 메우면서 경제 전체로는 중앙은행이 필요보다 더 많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권희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주요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더 높아질 물가상승률이 2026년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전쟁과 평화“2026년은 21세기 들어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될 수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우려는 현실이 될까. 2025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이 다시금 격화된 해였다.
2022년부터 이어진 러우전쟁은 종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협상에 진전이 있는 듯 보이지만 항상 러시아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취임 첫해인 2025년 안에는 지켜지지 않을지 모른다. 이 밖에도 세계 곳곳에서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가 주목한 2026년의 예상 분쟁은 중국 대 대만, 인도 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대 미국, 콩고 대 르완다, 이스라엘 대 하마스 등이다.
분쟁을 넘어선 공포도 있다. 내년 2월은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통제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가 공식 만료된다. 양국의 핵탄두와 운반체(미사일·폭격기 등) 수를 제한하고 핵시설의 정기적 사찰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행 제한 조치를 1년 더 유지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협상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축 협상(뉴스타트 협정)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핵전력 차이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핵무기 보유량을 빠르게 늘려가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가 핵무장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통제되지 않은 핵무기 경쟁 시대가 열릴 조짐이 보인다.
단, 트럼프의 본능은 그가 궁극적인 ‘해결사’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핵실험 재개를 언급한 인터뷰에서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며 “제압하기보다 협력함으로써 우리는 더 크고 우수하고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관련해 평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다. 노벨평화상을 향한 그의 염원을 이루려면 트럼프가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 평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재개, 중동에서의 ‘빅딜’ 중재 시도, 러우전쟁 ‘휴전 중재자’ 역할 시도 등이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