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매단 인형 키링,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속 캐릭터, 책상 위 피규어까지. 캐릭터는 이제 단순한 취향을 넘어 일상 속 감정 관리 도구가 됐다. 기능이나 가격보다 감정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필코노미(Feelconomy)’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이 키워드는 ‘Feel(느낌)’과 ‘Economy(경제)’의 합성어로, 과거 ‘더 빠르고 싸게’였던 소비 기준이 ‘편안하고 행복하게’를 중시하는 감정 만족으로 이동한 것을 보여준다. 불확실한 사회를 살아가는 Z세대가 심리적 안정을 찾는 방식이 소비 패턴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감성 굿즈’나 ‘감성 카페’처럼 즉각적인 위안을 주는 콘텐츠 수요가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팝업스토어 중 21.8%가 애니메이션·캐릭터 IP 기반으로 운영됐다. 특히 안고, 쓰다듬고, 곁에 둘 수 있는 촉각 중심 제품은 감정적 위안과 안정을 제공하며 필코노미 소비의 대표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브라운 탄생 15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명동 라인프렌즈 스퀘어의 ‘허그브라운 하우스 팝업’ 역시 인기다. 부드러운 소재의 허그 키링, 토트백, 후드 담요 등 촉각 제품이 중심을 이루며 필코노미 수요와 맞물렸다. 렉토·미스터마리아·로파서울·오시토이 등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은 브라운의 감정적 세계관을 일상 전반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현재 라인프렌즈 스퀘어 성수에서 진행하는 ‘가나디 천사 vs 악마’ 팝업 역시 플러시·수면 아이템·키링 등 생활 밀착형 제품 위주로 구성되며 캐릭터와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필코노미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99년 영국에서 탄생한 소프트토이 브랜드 젤리캣은 ‘행복감을 주기 위한 제품’이라는 철학으로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았다. 부드러운 소재와 웃는 표정으로 영유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감정 치유템’으로 자리 잡으며 꾸준히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감정 기반 소비 패턴이 뚜렷해지는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풀이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싸고 좋은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행복감을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사회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수록, 반대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제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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