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전문가’ 박관호 3D PLUE 대표

집과 자동차, 의족과 의수, 총과 같은 무기를 이제는 3D 프린터에 입력값을 넣어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인간의 신체 기관도 3D 프린트로 만들 수 있다고 예견한다.

이 같은 센세이셔널한 기술의 발전은 많은 직장인·자영업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상상만 하던 아이디어를 특별한 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소자본으로 창업·투잡을 할 수 있다는 기대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3D 프린터 하나로 액세서리는 물론 생활용품 등 3,000여 건이 넘는 제품을 만들어 온 박관호 3D PLUE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관호 3D플러스 대표
박관호 3D플러스 대표
요즘 3D 프린트를 배우려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어요.
“3D 프린터가 대중화 되면서 많이 늘고 있어요. 저도 직장인이나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오래했는데, 사실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아 많은 분들이 배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면 고도화 된 기술이 필요하진 않나 보군요.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나 제작에 대한 감은 있어야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모델링과 도면을 볼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웃음)”

3D 프린터 전문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는 단순히 ‘장비로 출력하는 사람’을 넘어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가 있는 제품으로 구현하는 직업이에요. 이 일은 3D 프린터 조작에 그치지 않고 3D 설계(Fusion360, Blender 등), 구조 분석, 소재 특성 판단, 공정 이해, 출력 세팅, 후가공 및 조립까지 전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 복합적인 역할이에요. 고객에게 받은 의뢰 내용으로 설계하고 제품이 문제없이 사용될 수 있도록 내구성이나 강도, 조립성 등 모두 고려해 제작하기 때문에 작은 제조 공정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노하우가 쌓여야 할 수 있는 직업일 것 같네요.
“쉽게 생각하면 제작 의뢰를 받아 제품을 만들어 주는 일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말씀하신대로 노하우가 필요하죠. 개인적으로는 3D 프린팅과 제품 설계 분야에서 8년 여 간 실무와 교육을 병행 왔어요. 서울산업진흥원(SBA)·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시제품제작소에서 4년 이상 위탁 운영 및 교육을 담당하면서 학생들과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실무교육을 진행했었어요.”

의뢰는 어떻게 들어오나요.
“요즘엔 SNS를 통해서도 의뢰가 들어오는데, 가장 많은 건 전문가 연결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의뢰가 가장 많아요. 그동안 3D프린터로 1400 건 이상, 전체 누적 프로젝트는 3200건 이상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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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어떤 의뢰가 많이 들어오나요.
“기업이나 개인, 또는 학교 등 의뢰를 하는 곳들은 다양합니다. 기계부품을 비롯해 하우징, 생활용품, 대형 조형물, 굿즈 제작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의뢰하기도 하고요. 저희는 성수기, 비수기가 확실히 구분되는데, 졸업시즌인 지금이 성수기예요. 건축과 등 대학생들 졸업작품이 한창 몰리는 시기거든요.”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은 보통 대량생산을 하지 않나요.
“그렇죠. 한 몇 천개, 몇 만개를 제작해야 하는 제품이라면 금형 사출 방식을 써야 하지만 소량 제작일 경우, 3D 프린터가 이점이 될 수 있어요. 또 테스트 제품을 만들 때도 장점이고요. 얼마 전에 창호회사에서 연락이 와 창호에 들어갈 부품을 제작한 적이 있어요. 단가나 제작 개수를 비교해 보고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곳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예요.”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려면 3D 프린터의 종류도 다양해야겠네요.
“과거에는 3D 프린터에 원재료를 넣어 깎아 만드는 방식이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죠. 제품 제작 방식에 따라 프린터가 나뉘어요. 우선 FDM(고체형)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옥수수 전분 등으로 만든 필라멘트를 녹여 쌓아서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에요. 또 액체(레진)에 레이저를 쏴 단단하게 만드는 SLA/DLP(액체형)방식은 아주 정교한 피규어나 보석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고, 가루를 녹여 붙이는 방식인 SLS(가루형)는 산업현장이나 공장에서 튼튼한 부품을 만들 때 사용하죠. 말랑말랑한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Polijet방식은 컬러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의뢰한 제품의 제작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크게 여섯 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고객의 요구사항 분석 단계에서는 제품 활용 목적을 파악해야 합니다. 고객이 이걸로 뭘 할지를 파악하면 기능이나 형상, 재료, 하중 등이 결정되거든요. 이 단계에서 꼭 3D 프린팅이 필요한지 혹은 다른 공정이 더 적합한지 조언해 줍니다. 그리고 3D 모델링 및 구조 설계 단계에서는 단순 형상부터 실제 작동 가능한 제품까지 모델링을 합니다. 이때 제품에 따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어요. 기계적 부품은 공차, 수축률, 간섭 여부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하고, 3D 프린팅에 적합하도록 형상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수 시간에서 수일이 걸리죠.
이후 출력 세팅-출력-후가공에 들어가고 제품이 완성되면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3D 프린터에 출력값을 입력할 땐 3D프린터로 출력할 파일을 생성하는 ‘슬라이싱 프로그램’에 모델링 파일을 업로드 하면 생성됩니다.”

출력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제품마다, 복잡도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제품이 작을 경우 2~3시간 정도. 클 경우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품은 프린팅을 걸어두고 퇴근하죠.(웃음) 후가공은 보통 사포질, 조립, 나사 가공 등을 하는데 고객 요청에 따라 도색을 할 때도 있고요.”

그럼 고객들이 의뢰 이후 제품을 받기까지도 다 다르겠네요.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달라지죠. 하루 만에 완성돼 받는 것도 있고,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직접 도색을 하기도 하는군요.
“전문가에 따라, 작업실 환경에 따라 달라요. 저도 간단한 건 도색을 하는데, 보통은 전문 도색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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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는 주로 어떤 식으로 들어오나요.
“대부분은 3D 모델링 파일로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파일이 오면 프린팅이 가능할지 확인을 합니다. 간혹 3D 모델링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땐 직접 상담을 통해 어떤 용도로 쓸 제품을 만들지 구체화를 시키죠. 최근에는 챗GPT 같은 AI 서비스에 텍스트나 음성으로 뭘 만들고 싶은지 입력하면 이미지로 다 나와요. 그 덕분에 시간도 줄이고 시각화도 돼 요즘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인공지능 덕을 보는군요.
“그럼요. 처음 의뢰하는 분들은 의뢰서를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접근조차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 챗GPT가 논리적으로 정리해주니 좋죠.”

아무래도 제품 제작이다 보니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경우에 많이 발생하나요.
“사실 제품을 출력하기 전까지 고객과 소통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컴플레인이 많진 않아요. 반면 도면을 의뢰하면서 출력해달라고 의뢰하는 경우엔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요. 모델하우스 같이 조감도를 출력해달라는 의뢰가 있는데, 도면을 축소하면서 입력 오류가 발생해 실제 출력했을 땐 없어지거나 기존 두께로 안 나오는 경우가 생겨요. 그럴 땐 미리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박관호 대표가 <강홍민의 굿잡>이 새겨진 명함집을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
박관호 대표가 <강홍민의 굿잡>이 새겨진 명함집을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
최근엔 3D 프린트로 만들지 못하는 게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제작의 폭이 커졌잖아요. 어떤 의뢰까지 받아봤나요.
“예전에 지인이 디즈니 캐릭터의 팝업스토어를 만든다고 해서 참여한 적이 있는데, 2m가 넘는 큰 고인돌을 3D 프린터로 만든 적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집이나 차, 인간의 관절처럼 접히고 펴는 것도 만들 수 있으니 처음 3D 프린트가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발전했죠.”

3D 프린터 기술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군요.
“이전에 가공방식으로 만들 수 없었던 디자인의 한계성이 없다는 게 3D 프린터의 장점이죠.”

앞으로는 어떤 것들이 만들어질까요.
“소재의 발전에 따라 3D 프린트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이 달라질 것 같아요. 이를테면, 형상을 기억하고 있는 소재로 차를 만든다면 찌그러진 차 부위가 자동으로 복원되게 하는 거죠. 그리고 인간의 몸에 상처가 났을 경우 3D 프린트로 상처 부위를 메울 수도 있고, 나중에는 인간의 장기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3D 프린터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나요.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3D프린터운용기능사’라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있어요. 예전에는 민간자격증이었는데 바뀌었죠.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것도 중요해요. 또 제품을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제작 공정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하고요. 실제 제품으로 제작이 가능한지,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지 판단할 수 있으려면 개념이 필요합니다.”

‘3D 프린터 제작’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수많은 업체들이 나오는데, 전문가들의 생존 전략도 궁금하네요.
“최근 들어 이 직업이 투잡으로 인기를 얻다 보니 3D 프린터를 구입해 알바를 하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어요. 사실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아서 누구나 할 순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PR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본인이 제작한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홍보를 많이 하는 분들이 의뢰도 많이 받더라고요.(웃음)”

창업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프린터 가격에 따라, 사무실 비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생각엔 100만 원 정도 되는 3D 프린터 하나 사서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사업자를 낸 지 1년째인데요. 그 전에는 부업으로 간간이 할 땐 월 10~2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졸업시즌인 성수기 땐 월 1,500~2,0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한 달에 몇 건 정도 의뢰가 들어오나요.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의뢰 건수도 달라요. 비수기인 여름철에는 20~40건 정도, 성수기엔 60~80건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창업 또는 투잡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팁이 있을까요.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아서 시작 한다는 생각보다 하면서 배우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3D 프린터와 친구가 돼야 해요. 친해져야 계속 해보고 싶거든요.(웃음)”

이 직업의 장단점을 꼽자면.
“생각했던 게 실물로 만들어지니 꽤나 성취감이 있는 직업입니다. 의료나 예술, 기계 등 산업의 구애가 없어 협업하는 재미도 있어요. 무엇보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1인 창업이 가능한 분야죠. 단점이라면 출력 실패, 장비 고장 등이 발생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또 기술이나 장비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예요.”

향후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이미 3D 프린팅은 제조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요.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품 시각화나 속도 효율을 높여 일반인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어 앞으로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 같아요.”
100만원 투자로 月천만 원 가능?···투잡계 떠오르는 ‘별’ [강홍민의 굿잡]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