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가른 건 투자자들에게 명쾌한 투자 근거를 제시한 이들의 전략이었다. 치열했던 격전의 결과 2025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주인공이 결정됐다. 5명의 베테랑이 왕좌를 탈환했고, 8명의 신성이 최초의 영예를 안았다. 2명은 2개 부문을 석권하는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으며 21명의 절대강자는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특히 투자자 사이에서 ‘AI 사이클의 전도사’로 통하는 김선우 애널리스트는 2024년 말 시장에 ‘피크아웃(고점 통과)’ 공포가 엄습할 때 오히려 “2026년 초호황”을 예견하며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금은 반도체 업계에서 으레 쓰이는 ‘선주문 후생산’, ‘수요곡선의 계단식 변화’ 등의 단어도 그와 메리츠가 만든 용어다.
삼성증권 백재승(철강·금속), 키움증권 박상준(음식료·담배) 애널리스트는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분석으로 기존 강자들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잘나가던 삼양식품 주가가 조정을 받자 “두려움이 곧 기회”라며 역발상 투자를 제안했다. 철저한 ‘수출 데이터’와 ‘계절성 분석’이 근거였다. 광군제와 연말 소비 시즌으로 이어지는 3분기 말 시점을 포착해 주가 저점을 잡고 비중 확대를 주문한 ‘데이터 투자가’ 면모가 빛났다.
미국 주식 열풍을 반영하듯 KB증권 김일혁(글로벌 투자전략-미국·선진국) 애널리스트가 첫 1위의 영예를 안았고, NH투자증권 파이어니어팀(스몰캡)은 중소형주 발굴의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왕의 귀환
절치부심 끝에 1위 자리를 탈환한 5명의 베테랑들은 ‘구관이 명관’임을 입증했다.
특히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이번 평가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인물. 그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2022년 돌연 여의도를 떠났다. 그가 향한 곳은 농업회사법인 (주)우리밀의 대표이사 자리였다. 2년간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서 ‘진짜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2024년 메리츠증권으로 돌아온 그는 1년 만에 다시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의 귀환이 남달랐던 이유는 ‘깊이’와 ‘현장성’에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매달 한 번꼴로 70페이지 내외의 인뎁스(In-depth) 리포트를 썼다. 아마 나보다 많이 쓴 애널리스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표 리포트인 ‘2024년 여름 데자뷰 극복하기’ 역시 7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화장품 업종의 주가 흐름을 밸류체인별로 정교하게 분석하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옥석 가리기’ 기준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절대 강자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도 21명의 애널리스트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돋보인 것은 하나증권의 ‘방어력’이었다. 하나증권은 총 6명의 1위 수성자를 배출하며 리서치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KB증권은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 파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투자전략의 이은택 애널리스트와 데일리시황의 하인환 애널리스트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정확한 시황 판단과 대응 전략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해외 주식 투자 열풍 속에 글로벌 기업분석의 김세환 애널리스트 역시 1위를 수성했고, 부동산 PF 이슈가 여전히 남은 건설·건자재 섹터에서도 장문준 연구원이 중심을 잡았다.
각 산업을 대표하는 간판 애널리스트들의 독주 체제도 여전했다. 현대차증권 장문수(자동차·타이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간 경쟁우위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한국 자동차 업체의 할인 축소 기대 논리를 설파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한국투자증권 최고운(운송) 애널리스트는 해상 운임 변동에 따른 기민한 분석으로 호평받았다.
이 외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부활과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정확히 짚어낸 NH투자증권 황병진(원자재·디지털자산), 전력기기 호황을 이끈 메리츠증권 문경원(유틸리티),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DS투자증권 김수현(지주회사) 애널리스트 등이 2025년 하반기에도 변함없이 투자자들의 ‘최우선 선택’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총 13개 증권사에서 배출됐다. 각 부문별로 하나증권(7개), 신한투자증권(6개), 메리츠증권·KB증권(5개), NH투자증권(3개), 다올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2개), DS투자증권·삼성증권·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차증권(1개) 등이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