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조 불어난 증시…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800조 끌어올려
최근 1년 새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1700조원 이상 불어난 가운데,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800조원이 넘는 시총 증가가 발생, 시장 전반의 상승 흐름을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14일 발표한 '2025년 1월 초 대비 2026년 1월 초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변동 현황 분석'에 따르면, 우선주를 제외한 국내 상장사 2789곳의 시가총액은 작년 초 2254조원에서 올해 초 3972조원으로 확대됐다. 1년 새 늘어난 시총 규모만 1718조원 이상으로, 증가율은 76.2%에 달했다.

시총 외형이 1조 원 넘는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주식종목 숫자도 최근 1년 새 88곳 늘며 300곳을 돌파했다. 작년 초만 해도 시총 1조 클럽에는 230곳 정도였다.

이후 작년 1분기(작년 3월 말) 236곳→2분기(6월 말) 271곳→3분기(9월 말) 285곳으로 늘더니 올해 초에는 318곳으로 많아졌다. 우선주 종목까지 포함하면 올해 초 시총 1조 클럽에는 325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같은 시총 급증의 상당 부분은 일부 대형주, 특히 반도체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단일 종목 기준으로 시총 증가액 1위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작년 초 318조원 수준에서 올해 초 760조 원을 넘어 1년 새 440조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124조원에서 492조원으로 확대되며 시총이 360조원 이상 불었다. 두 종목을 합산한 시총 증가액은 800조원을 상회해 전체 시총 증가분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이외 ▲SK스퀘어(41조 1868억원↑) ▲두산에너빌리티(36조 6016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32조 2102억원↑) ▲HD현대중공업(27조 2450억원↑) ▲한화오션(23조 5631억원↑) ▲삼성물산(21조 5013억원↑) 종목도 최근 1년 새 시총 증가액이 20조원 이상 늘었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 전반의 외형 확대와 함께 시총 상위 종목의 순위 변동도 컸다. 올해 초 기준 시총 TOP 100에는 총 11개 종목이 새롭게 진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작년 초 186위에서 올해 초 59위로 127계단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의 순위 도약을 기록했다. 이수페타시스, 에이피알, 코오롱티슈진, 효성중공업 등도 50계단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며 TOP 100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시총 TOP 20 역시 역동적인 변화를 보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등 5곳만이 작년 초와 올해 초 모두 상위 5위권을 유지했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분기별로도 순위 변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재확인했다.

반대로 포스코홀딩스, 메리츠금융, 고려아연, LG화학, 삼성화재, SK이노베이션 등은 작년 초 TOP 20에 포함됐으나 올해 초에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시가총액 증감액 상하위 5개 종목. 자료=한국CXO연구소
시가총액 증감액 상하위 5개 종목. 자료=한국CXO연구소
반면 시총 감소 종목도 적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작년 초 15조 1624억원이던 시총이 올해 초 11조 7561억원으로 줄며 3조 4063억원 감소했다. 이외에도 HLB, 시프트업, 엔켐, 신성델타테크 등 4개 종목은 최근 1년 새 시총이 1조원 이상 줄어들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시총 증가 '비율' 기준으로 보면 올해 초 기준 시총 1조원 이상 종목 318곳 가운데, 작년 초 대비 시총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원익홀딩스로 조사됐다. 원익홀딩스의 시총은 1년 새 1595.7% 증가해 1500%를 넘어서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을 포함해 일부 산업군을 제외하면 다수 업종의 영업이익은 부진하거나 소폭 상승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고, 고환율이 이어지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증시가 강세를 나타낸 것은 AI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 된 영향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오 소장은 "특히 최근 1년 새 기업가치 제고를 둘러싼 각종 제도 개선 기대와 외국인 수급 유입이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며 실적보다는 기대와 수급이 시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