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수억원 하락한 집값, 서울 대비 ‘가성비’ 높아
울산은 경기 호황, 부산은 개발 압력에 주요지역 상승세
부산과 울산 또한 다른 지방 광역시처럼 하락장이라는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제 지방은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최근 조선, 자동차 수출 호조, 해양수산부 이전 등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재건축, 재개발 등이 추진되며 개발압력도 높아진 상태이다.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만큼의 기저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지 않는 비규제 지역인 만큼 당분간 서울 아파트 가격과 키맞추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광역시 상승률 1·2위 울산·부산
부산과 울산의 집값 상승세는 통계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1주 주간 아파트 매매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5대 지방광역시 중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은 울산(0.13%), 그다음을 부산(0.05%)이 차지했다. 울산은 전주 0.16%보다 상승폭이 다소 감소한 반면, 부산은 0.04%에서 소폭 커졌다.
일부 지역은 서울만큼의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변동률이 0.18%, 강북 14개 구와 강남 11개 구는 각각 0.15%, 0.21%를 기록한 가운데 울산 남구와 부산 수영구는 0.22% 올랐다.
특히 부산은 일명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 3개 구가 전체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해운대구는 0.18%, 동래구는 0.14% 변동률을 나타냈다.
거래량도 늘었다. 지방은 미분양 등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아직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남부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10·15 대책’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급감했다.
대책이 발표됐던 지난해 10월 막차 수요가 몰리며 서울 아파트 매매는 1만1041건이 성사됐지만 바로 11월 매매 건수는 그 절반을 밑도는 4395건에 불과했다. 서울에선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직후에도 거래량이 감소했다.
반면 울산과 부산에선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0월 3587건에서 11월 4051건으로 약 500건가량 늘었고 울산에서도 이 기간 거래량이 1602건에서 1733건으로 증가했다. 경기 반등과 개발압력에 수요↑
이 같은 흐름의 원인은 두 가지로 꼽힌다. 울산에선 조선·중공업과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울산의 GRDP(지역내총생산)는 매년 증가 추세로 2024년 256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1인당 GRDP는 2023년 8000만원을 돌파해 이듬해 8519만원(잠정 기준)을 나타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2020년 5953만원을 찍은 뒤 급격히 반등한 것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울산은 조선, 자동차 등 수출 호조뿐 아니라 바닷속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으로 인해 기업이 몰리고 지역 소득과 일자리가 계속 늘 수 있는 곳”이라며 “다른 지방 광역시와 달리 울산과 부산을 비롯한 일명 ‘PK지역’에선 자연스럽게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울산 주택시장은 실수요 위주인 만큼 새 아파트가 가장 인기이다. 울산 남구 소재 ‘문수로대공원 에일린의뜰’ 전용면적 59㎡는 입주 당시인 2023년 4억75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올해 1월 8억4900만원에 최고가를 찍었다. 이 지역 전용면적 84㎡ 시세는 10억~12억원대에 형성됐다.
부산에선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투자수요가 거래를 일으키고 있다. 지역 내에선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부산 집값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서울에 비해 매우 싸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며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이 다른 상승 지역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부산 핵심지역인 해·수·동에 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데 해운대에선 경기도처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호재가 있었고 수영구 광안동과 동래구에서는 재개발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다세대, 연립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외지인 투자 아직은 소수
실제 지난해 12월 부산에선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해운대신도시 내 1·2지구 2구역 4694가구가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두산1차, 엘지, 대림 1차 등 3개 단지가 여기 속한다. 이들 단지 가격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급등했다가 큰 조정을 거친 뒤 최근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회복세에 진입했다.
두산1차 전용면적 84㎡는 2021년 9월 6억7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4억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가 지난해 12월 선도지구 발표가 난 뒤 5억5000만원에 2건 계약이 성사됐다.
수영구 광안동과 민락동에선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드파인 광안’(광안2구역)을 필두로 각각 삼성물산과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광안3구역, 민락2구역과 광안5구역 등이 주목받고 있다.
동래구 온천동, 남구 대연동에서 재개발 사업을 통해 탄생한 새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 최근 몇 년간 입주 물량이 많았던 대연동은 편리한 교통과 수영구에 인접한 입지로 인기가 높다. 대연동 ‘롯데캐슬 레전드’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거래량이 급증하며 실거래가격이 1억원 정도 올랐다.
외지 투자자들의 매수는 늘고 있지만 서울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는 부분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규제 직후 외지인 거래(관할 시도 외 거래)가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에서는 2025년 10월 2707건에 달했던 관할 시도 외 거래가 946건으로 크게 줄었다. 이 기간 부산에선 서울을 비롯한 시도 외 거래가 3118건에서 3468건으로 증가했지만 서울 매수인 거래 건수는 59건으로 두 달간 동일했다.
강정규 교수는 “최근 해수부 이전으로 인해 공무원 700여 명이 내려오면서 인근 상권 활성화 효과는 있었지만 부산 주택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규제 풍선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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