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는 18일(현지 시각) ‘영포티: 한국의 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의 스타일을 풍자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캐리커처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스트리트 패션을 착용하고 아이폰을 손에 쥔 중년 남성의 이미지가 영포티의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밈 때문에 나이키 에어 조던과 스투시 티셔츠 등 특정 브랜드와 아이템이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많은 반발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BBC는 영포티가 최근 한국 Z세대 사이에서 ‘젊어 보이려 애쓰는 중년’,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라는 의미로 소비되며 부정적 맥락이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데이터에서도 이 같은 인식 변화가 확인된다. 온라인 분석 플랫폼 섬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영포티’는 10만 번 이상 언급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늙은’ ‘혐오스러운’ 등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에게 접근하는 중년 남성을 비꼬는 ‘스윗 영포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BBC는 1990년대 취향의 선구자로 평가받던 40대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 크게 달라졌다고 짚었다. 특히 지난해 9월 아이폰 17 출시 이후, 오랫동안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마트폰이 40대 초반의 ‘촌스러운 상징’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 제품 선호도 변화도 언급됐다. 갤럽 조사 결과 한국의 젊은층은 여전히 아이폰을 선호하지만,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Z세대에서 4% 하락한 반면 40대에서는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과거 밀레니얼 세대가 사용하는 이모티콘과 유머가 촌스럽다고 비난을 받았던 사례를 들며, 젊은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과 생활 방식에 의도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BBC는 나이가 위계질서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해온 점을 지목했다.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라 호칭과 행동 등 상호작용 전반이 규정된다”며 “영포티 현상은 젊은 세대가 이러한 강압적인 존경 문화에 점차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과거 융통성 없고 거만한 기성세대를 비판하던 ‘꼰대’라는 표현 대신, 최근 영포티가 새로운 풍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BBC는 취업과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Z세대의 좌절감이 경제 성장기에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산을 축적한 중년 세대를 향한 풍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BBC는 영포티로 불리는 40대 역시 Z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서 ‘샌드위치 세대’로서의 현실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승렬(41)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위 세대는 엄격한 하향식 시스템을 고수하고, 하위 세대는 ‘왜’라고 묻는 세대”라며 “두 문화 모두 경험한 우리는 그 사이에 갇힌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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