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기관 4.7조 원 ‘폭탄 매도’… 개인 4.5조 원 방어에도 역부족
금·은 급락발 담보가치 하락이 연쇄 강제청산 유발… “시스템 위기 아닌 포지션 조정”

2일 오후 3시 30분 신한은행 본점 현황판에 표시된 마감 시황. 사진=신한은행
2일 오후 3시 30분 신한은행 본점 현황판에 표시된 마감 시황. 사진=신한은행
코스피가 특정 자산의 담보 가치 하락에서 비롯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 쇼크를 이기지 못하고 5.26%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아시아 증시 전반에 걸친 레버리지 구조 붕괴 여파가 지수를 5,000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6% 떨어진 4,949.67에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4.44% 내리며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조 원, 2.2조 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한 반면, 개인은 4.5조 원을 순매수하며 홀로 지수 방어에 나섰다. 귀금속 급락이 촉발한 아시아 증시 ‘도미노’ 하락이번 급락의 진원지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상품 시장의 변동성이었다. 주말 사이 미 증시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캐빈 워시의 매파적 성향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CME(시카고상업거래소)의 연이은 증거금 인상과 실물 은 부족 사태로 금·은 가격이 급락하면서 고레버리지 포지션을 유지하던 펀드들에 비상이 걸렸다.

금과 은을 담보로 활용하던 펀드들의 담보 가치가 하락하자 자동 마진콜이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마진콜 이행을 위해 가장 현금화가 빠른 아시아 주식과 지수선물을 우선적으로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CTA(상품투자자문) 펀드 등 알고리즘 매매가 가세하며 매도 압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금속(-6.98%), 전기·전자(-6.90%), 증권(-6.28%)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그간 상승 폭이 컸던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가 집중됐다. 현대차증권 김중원 애널리스트는 "실적 훼손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현금 확보를 위한 포지션 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기 방어주 성격을 띤 운수·창고(-0.99%), 섬유·의류(-1.22%) 등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낙폭을 제한했다.

금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최근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이번 조정으로 상당 부분 완화된 셈이다.

김중원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는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라기보다 특정 담보 자산 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마진콜이 촉발한 유동성 조정 국면"이라며 "실적과 무관한 테마주 위주로 조정이 컸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코스피는 단기 변동성 확대 이후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