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 잡기 과제 남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이는 단순히 개인의 영예를 넘어 한국 콘텐츠가 세계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할리우드 리포터가 선정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리고, 버라이어티 창간 120주년 기념 영향력 있는 경영진 120인에 포함된 그의 행보는 이제 거침이 없다.
최근 뉴포트비치 영화제에서 아츠 챔피언상을 수상하고 USC 영화예술학교 졸업식 연사로 나서며 보여준 영향력은 그가 단순한 경영자를 넘어 글로벌 문화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Appearance
소트 대신 비전을 입다…‘움직이는 예술’이 된 경영자
이 부회장의 옷차림은 전형적인 대기업 경영자의 틀을 완전히 깨부순다. 그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예술적 정체성의 선언이다. 2025년 뉴포트비치 영화제 시상대에서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야자수 패턴이 과감하게 프린트된 드레스는 휴양지의 여유로움과 동시에 예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대변한다.
검은색 레이스 디테일이 가미된 상단 디자인과 깔끔하게 올린 헤어스타일을 통해 격식을 잃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이는 동서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자신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투영한 결과물이다.
또한 배우 에마 스톤과 함께한 파티 현장에서 보여준 나비 문양의 화려한 의상이나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선보인 반짝이는 시퀀 장식의 블랙 드레스는 그가 지원하는 창작자들의 화려한 예술성을 본인이 직접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예술적 영감이 투영된 그의 의상들은 그 자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스타메이커이자 스스로가 하나의 브랜드임을 강조한다. 그의 옷차림은 자신이 숫자를 계산하는 경영자이기 이전에 당신들의 예술을 깊이 이해하는 동료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 창작자들에게 전달한다.
리스크를 예술로 치환하는 힘, 위기 속 ‘맷집’ 리더십
이 부회장의 행동 언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키워드는 회복력과 확신이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당시 무대 위에서 보여준 열정적인 모습이나 최근 USC 졸업식에서 고백한 일화들은 그의 태도가 얼마나 현장 중심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 당시 보험회사가 감독의 예측 불가능성을 이유로 보증을 거부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개인 보증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부채가 아니라 예술이다’라는 그의 단호한 선언은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는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의 행보는 최근 설립한 글로벌 레이블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를 통해서도 구체화된다. 아시아계 창작자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초기 투자와 공동 제작에 참여하는 모습은 문화계 대모로서 책임감을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실질적인 조력자로서 행동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다.
낮은 자세로 세계를 잇는 ‘미키 리’식 공감 화법
소통 스타일 측면에서 이 부회장은 강압적인 카리스마 대신 공감과 겸손을 선택한다. USC 졸업식 연설에서 그는 서울대 입학 당시 시골 출신 동기들의 열정을 보며 느꼈던 겸손함을 언급하며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내가 매우 작게 느껴졌고 매우 겸손해졌다”는 그의 고백은 성공한 권력자의 위치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소통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의 화법은 ‘나’보다는 ‘우리가 만든 예술’에 집중돼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협업에서 자비심을 배웠다고 말하고, 한국 감독들의 예술성에 감명받아 그들을 지원하기로 결심했다는 서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그를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그는 문화 간의 다리를 놓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한다. 이는 일방적인 K콘텐츠의 주입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관점을 아우르는 포용적인 소통 방식이다.
영어권과 비영어권,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서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융합된다. 아시아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조명하려는 그의 소통은 글로벌 미디어산업 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기생충’의 영광을 넘어 실적의 정당성을 입증할 시간
화려한 영광의 이면에는 이 부회장이 마주한 현실적인 과제들도 공존한다. 현재 CJ ENM의 영화 및 드라마 사업 부문은 지속적인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미국 제작사 피프스 시즌의 적자 폭은 경영자로서 그의 리더십이 다시금 평가받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한국 영화 시장의 전반적인 정체기와 맞물려 투자 배급작들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예술적 통찰력을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준다.
따라서 그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핵심은 ‘미키 리’라는 퍼스트 무버의 상징성을 실질적인 경영 지표로 연결하는 데 있다. ‘기생충’의 신화를 넘어설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함과 동시에 CJ그룹 내 문화 사업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레이블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가 추구하는 가치가 단순한 상징을 넘어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보여줘야 한다. 예술적 가치를 부채가 아닌 미래 자산으로 설득했던 그의 안목이 이제는 숫자를 통해서도 그 정당성을 입증받아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K컬처 대모라는 무게를 짊어진 그가 이 복합적인 상황을 특유의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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