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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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함께 반도체 가격 급등이 겹치며 관련 투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금시장 경색과 신용위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 IBK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투자 급증의 이면에 반도체 가격 급등이 더해지면서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경기의 변곡점을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기업 알파벳의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지출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했다.

투자 급증이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고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변동성을 키웠지만 IBK투자증권은 투자 급증의 배경과 그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알파벳의 AI 투자 규모가 예상치를 웃돈 배경은 관련 수요의 가파른 증가와 함께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 급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반도체 가격 상승은 수출과 주식시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으로 불리는 부정적 효과가 누적될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반도체 수요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은 AI 투자다. ‘챗GPT’ 공개 이후 AI 투자 붐이 형성된 데 이어 GPU, HBM, DRAM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투자 비용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반도체 관련 비용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외부 자금 조달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는 1400억~3000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1.5~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AI 투자에서 벗어난 산업과 기업들은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이후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호황을 유지하는 동안에도 미국의 파산 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산업재, 소비재, 헬스케어 등 AI 투자와 거리가 있고 미국 소비경기에 의존하는 산업에 파산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IBK투자증권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가 이 같은 흐름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자금 조달 규모 확대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다른 산업의 자금 조달 파이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