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자신의 SNS 영상에서 “전문가들은 SNS가 아이들에게 매우 해롭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며, 15세 미만 SNS 사용 제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카렐 하블리체크 부총리는 같은 날 CNN 프리마뉴스 토크쇼에 출연해 정부가 관련 법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결정될 경우 올해 안에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청소년 SNS 규제 논의의 연장선이다. 지난해 12월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조치는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저서 ‘불안한 세대’가 촉발한 논의와 맞물리며 주목을 받았다. 하이트는 사춘기 발달 단계에서 SNS 과다 노출이 1995년 이후 출생 세대의 인지·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럽 각국에서도 SNS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사용 제한 법안 마련 또는 규제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SNS 연령 제한에 대한 정치권 논의가 본격화했다. 카르스텐 빌드베르거 독일 디지털부 장관은 SNS 금지와 관련해 “상당한 장점이 있으며, 연령 제한은 정당화될 만하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정부 관계자들은 다음 학년도 시작 전 14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아일랜드 미디어 부처 역시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아동 안전 조치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유럽과 북유럽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는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 법안을 준비 중이며, 포르투갈은 부모 동의 하에 접근을 허용하는 조건부 규제안을 논의 중이다. 영국 상원은 최근 표결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고, 노르웨이는 이와 유사한 엄격한 연령 기준 도입을 검토 중이다. 덴마크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관련 제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주 스페인과 그리스가 잇따라 청소년 SNS 사용 제한을 제안하면서, 유럽 전반에서 SNS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발표한 이번 조치는 X(구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의 공개 반발을 불러오며, 유럽과 미국 간 정치·이념적 갈등 소재로도 번졌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3일 두바이 연설에서 “SNS 기업들은 많은 국가보다 더 부유하고 강력하지만, 그들의 힘이 우리를 두렵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머스크는 총리를 향해 ‘폭군이자 스페인 국민의 배신자’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미국 기술기업들에 유럽이 북미 다음으로 큰 시장이며, 미성년 이용자 차단이 현실화될 경우 SNS 플랫폼의 매출과 성장성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브뤼헐연구소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역시 “유럽은 테크 기업들의 핵심 수익원”이라며,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전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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