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지나 설탕의 역사를 알고 약간은 위안이 됐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설탕은 중요한 욕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영어에 ‘black teeth’란 단어가 있습니다. 16세기에 나온 말입니다. 당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설탕애자였습니다. 모든 음식에 설탕을 뿌려 먹었습니다. 그의 치아는 검게 변했습니다. 그때부터 검은 치아는 부의 상징이 됐습니다. 귀한 설탕을 마음껏 사 먹을 만큼 부유하다는 증거였으니까요.
이런 설탕에 대한 욕망이 자본을 만나 ‘플랜테이션’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냅니다. 17, 18세기 유럽 자본은 아메리카에 설탕수수 농장을 지었습니다. 설탕이 백색황금으로 불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욕망은 수요를 만들고 수요는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사탕수수 농장의 수익률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비극도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인들은 노예가 되어 사탕수수 농장으로 끌려갔습니다. 유럽인들은 설탕과 아프리카인의 목숨을 바꾼 셈이지요.
19세기 사탕무의 발견과 증기기관과 압착기술의 발전으로 설탕은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1970년대처럼 후진국들은 오랜 기간 설탕에 대한 욕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납니다. 현재 작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작물은 옥수수도 밀도 아닌 사탕수수입니다.
그럼에도 설탕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욕망을 꺾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이후 설탕중독이 가져온 비만과 당뇨병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탕에 대한 욕망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설탕의 시대를 상징하는 펩시코 주가는 또 다른 욕망의 대상인 탄수화물에 대한 기피까지 더해져 추락 중입니다.
그 반대편에는 욕망을 통제하는 산업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비만약과 관련된 바이오산업입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약에 대한 기대로 글로벌 제약업계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먹는 비만약이 대중화되면 비타민처럼 매일 먹는 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삼천당제약 주가가 작년 말 22만원대에서 두 달도 안 돼 66만원대로 폭등했습니다. 설탕에 대한 욕망은 통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날씬해지고,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욕망의 대상은 역시 아파트일 것입니다. 1971년 기념비적인 아파트가 완공됩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대단지 고층아파트였습니다. 이 광고문구를 보는 순간 욕망의 원형도 느껴졌습니다. “갖는 자랑, 사는 즐거움, 꿈이 있는 마이홈.” 그렇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에 대한 욕망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욕망의 대상은 강남으로 넘어갑니다. 1970년대 후반 완공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그 욕망의 정점이 된 곳입니다. 설탕이 지위와 신분을 보여주던 17세기처럼 21세기 한국에서는 사는 아파트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설탕이 뇌에 즉각적인 도파민을 주듯, 강남 아파트도 즉각적 만족을 선사합니다. 편리한 인프라, 브랜드 가치, 자산가치 상승이 대한민국 뇌를 자극해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맛을 보고 나면 다른 주거 형태는 별로 눈이 가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설탕에 대해 통제되지 않는 욕망이 비만과 당뇨병으로 이어졌습니다. 아파트에 대한 통제되지 않는 욕망은 영끌로 이어졌습니다. 소득과 대출을 갈아넣었습니다. 이는 가계부채의 비대화를 낳은 절대적 요인이었습니다.
욕망을 통제하려는 과거 정부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욕망을 통제해 얻는 이익보다 욕망을 실현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국민 대다수가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실도 그랬습니다. 사지 않은 사람은 후회했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도 표면적으로는 욕망을 통제하려는 듯 보입니다.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은 또 다른 욕망의 또 다른 출구(주식)를 만들었다는 점과 과다한 욕망을 실현한 사람들(다주택자와 차익을 노리는 비거주자)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정에서 급등한 전셋값으로 살 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사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주하지 않는 집에 대한 세 부담 커지는 사람 등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정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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