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정체성과 ‘뉴 롯데’ 안착을 위한 글로벌 확장 과제 남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2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경기장을 찾은 모습. 사진=롯데지주
202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경기장을 찾은 모습. 사진=롯데지주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에 영원히 각인될 순간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설상 종목에서 최가온 선수가 한국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휩쓸며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스키·스노보드 강국’으로 비상했다.

이 찬란한 성취의 이면에는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키다리 아저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존재한다.

단순한 기업 차원의 후원을 넘어 선수의 치명적인 부상 소식에 사비로 수술비를 지원하고 진심 어린 서신을 보내는 그의 행보는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과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는 과거의 정체된 기업가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진정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차원의 브랜딩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Appearance
정장의 무게와 점퍼의 파격, 텍스처로 읽는 리더의 옷차림



신 회장은 옷차림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메시지를 대중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누나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빈소를 찾았을 때 검은색 슈트에 화이트 셔츠, 정갈하게 매여진 검은 타이의 조합은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서의 예의를 상징함과 동시에 롯데라는 거대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권위와 무게감을 보여준다.

반면 스포츠 현장이나 격식을 내려놓은 자리에서의 그는 전혀 다른 ‘질감’의 이미지를 발산한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장면에서 그는 타이를 매지 않은 하늘색 셔츠에 짙은 네이비 재킷을 매치했다. 이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실질적인 지원과 협력에 집중하는 실용적인 리더의 면모를 드러내며 파트너로서의 유연함을 강조한다.

가장 파격적인 비주얼은 단연 롯데 자이언츠의 스타디움 점퍼를 입은 모습이다. 남색 바탕에 붉은색 라인이 선명한 점퍼를 입고 턱을 괴거나 손뼉을 치는 모습은 그가 단순한 구단주를 넘어 팬들과 같은 시선에서 경기를 즐기는 ‘진심 어린 팬’임을 입증한다.

점퍼를 선택함으로써 그는 ‘재벌’이라는 심리적 거리감을 지우고 대중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월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사진=대한체육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월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사진=대한체육회
Behavior
7000만원의 손 편지가 만든 기적, 숫자가 아닌 ‘사람’에 투자하는 태도



그는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동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로서 12년간 300억원 이상을 지원한 것은 단순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아니다. 특히 최가온 선수가 16세의 나이에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을 때 치료비 7000만원 전액을 지원한 일화는 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대다수의 기업 후원이 성적이 보장된 선수에게 집중되는 것과 달리 신 회장은 쓰러진 유망주의 손을 잡았다. 이는 선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보호자’의 행동 양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보가 결국 2년 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성과로 돌아오자 대중은 그를 ‘성공의 설계자’이자 ‘따뜻한 후원자’로 인식하게 됐다.

또한 청와대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총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보여준 태도는 그가 사회적 책임(CSR)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책임감과 스포츠 현장에서의 열정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최가온이 소셜 미디어에 공개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선물. 사진=최가온 인스타그램
최가온이 소셜 미디어에 공개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선물. 사진=최가온 인스타그램
Communication
침묵보다 강한 울림, ‘조용한 진심’이 만드는 연결의 미학


신 회장은 ‘화려한 수사’보다 ‘정교한 공감’에 기반한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서신과 메시지를 통해 강한 울림을 전달하는 소통법을 구사한다. 최가온 선수에게 보낸 축하 서신이 그 전형이다.

그는 단순히 ‘축하한다’는 결과 중심의 말 대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부상 없이 마치기만을 바랐다”며 선수가 겪은 찰나의 고통과 심경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러한 ‘디테일한 공감’은 상대방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며 이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청와대 간담회 등 공식 석상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은 ‘경청’의 자세를 유지한다. 옆자리에 앉은 타 그룹 총수의 이야기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 소통 방식은 자칫 권위적일 수 있는 대기업 총수의 이미지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치환한다.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 선수들에게 단순 후원금을 넘어 영어 학습, 멘털 트레이닝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역시 시스템과 감성이 조화된 소통의 산물이다. 그는 선수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성장시켜야 할 인재로 대우하며 이를 통해 ‘사람 중심의 롯데’라는 방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2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2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대표’를 입다, 뉴롯데의 마지막 퍼즐

신 회장의 최근 브랜딩은 롯데를 둘러싼 오랜 숙제였던 ‘정체성 논란’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안착하는 과정이다.

동계 스포츠 불모지를 개척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가족처럼 챙기는 모습은 그가 한국 스포츠 발전의 일등 공신이자 국가 경제의 든든한 조력자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명확하다.

첫째, 리더 개인의 선의를 기업 차원의 헤리티지로 승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기업 문화 전반으로 확장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는 롯데’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다져야 한다.

둘째, 후계 구도와 브랜드 이미지의 일관성 유지다.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과 동행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는 만큼 신 회장이 쌓아온 ‘진정성 리더십’이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전수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셋째, 글로벌 리더십의 확산이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보여준 기여도를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신 회장이 보여준 설원 위의 뚝심이 롯데의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