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에, 코스닥은 55.08포인트(4.62%) 내린 1,137.70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에, 코스닥은 55.08포인트(4.62%) 내린 1,137.70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3일, 3·1절 연휴를 마치고 열린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7% 이상 급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6,000포인트를 내주는 등 극심한 공포 장세를 연출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진 점이 국내 증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낙폭(452.22포인트)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달 25일 사상 처음 '6천피(코스피 6,000)' 고지를 밟았으나 3거래일 만에 6,000선을 내줬다.

지수는 전장보다 78.98포인트(1.26%) 내린 6,165.15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장 후반에는 5,791.65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코스피200선물지수가 이날 정오께 5% 넘게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한 달 만에 다시 발동되기도 했다.이날 하락의 주범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5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퍼부으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9,000억원 순매도에 가세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5조8,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적극 방어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중동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9%, 11% 넘게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20만전자', '100만닉스'도 깨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따른 물류 마비와 유가 급등이 수출 주도형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하락폭을 키웠다.
희비 엇갈린 업종: 방산·에너지 '급등' vs 반도체 '조정'지수는 하락했지만 업종별로는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전쟁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방산주들이 강한 매수세를 흡수하며 급등했고, 국제 유가 상승 전망에 힘입어 정유 및 가스 관련 종목들도 동반 상승했다.

하나증권의 김두언 애널리스트는 “중동발 지정학 충격은 대체로 장 초반 공포가 과도하게 가격에 반영되고, 출구의 신호가 관측되는 순간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걷히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으로 초반 진폭이 클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진폭이 크다는 사실은 곧 ‘가격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가격의 선제적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복귀 시점을 가늠할 체크 포인트로 △호르무즈 리스크의 실물 지표 지속성 △이란 보복의 전면 확전이 아닌 관리형 양상 수렴 여부 △권력 승계의 안정적 신호 포착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이 세 가지가 안정되는 순간, 시장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걷어내며 되돌림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전략적 접근은 유효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우선 “질서 재편의 수혜 업종(방산·조선·전력)”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상시화될수록 방산은 구조적 재평가를 받고, 물류 리스크는 조선업의 발주 사이클을 재조명하며, 에너지 안보는 전력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변동성 국면에서는 “확실한 자산으로 재분류될 공산이 큰 메모리 반도체”가 이익 가시성 측면에서 프리미엄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결국 이란이 최악보다는 차선의 선택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밀의사(밀리면 의심하지 말고 사자)”라는 파격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공포가 과도해질수록, 시장은 그 공포가 해소되는 경로를 가장 먼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