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사격 이미지. 사진=LIG넥스원
천궁II 사격 이미지. 사진=LIG넥스원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국산 중거리 방공체계 '천궁-Ⅱ'가 이란과의 군사 충돌 과정에서 실전 성능을 입증하면서 'K방산'이 전쟁의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능력이 결합된 한국 방산 모델이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 시간) "이란 전쟁으로 한국 방산 기업들이 미국산 패트리엇 PAC-3의 저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천궁-Ⅱ의 실전 성공은 한국 방공 시스템에 대한 수요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천궁-Ⅱ는 중거리 요격 임무를 수행하는 방공체계로 현재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 수출된 상태다. 그동안 실전 사용 사례는 없었지만 이번 충돌 과정에서 성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UAE에 배치된 천궁-Ⅱ 두 개 포대에서 약 60발의 요격 미사일이 발사됐고, 요격 성공률은 96% 수준으로 파악됐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천궁-Ⅱ 체계를 개발한 LIG넥스원 주가는 이란 전쟁 발발 전인 2월 말보다 약 47% 상승하며 한국 증시 전반의 하락 흐름과 대비됐다.

FT는 천궁-Ⅱ의 성공이 한국 방산 기업들이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이 맡고,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구조다.

천궁-Ⅱ의 경쟁력은 가격과 생산 속도다. FT에 따르면 패트리엇 PAC-3 요격 미사일은 1발당 약 370만 달러 수준이지만 천궁-Ⅱ 요격탄 가격은 약 110만 달러로 3분의 1 수준이다.

빠른 납기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패트리엇 체계는 계약 이후 납품까지 통상 4~6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황어연 노무라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IG넥스원이 2교대 근무를 통해 9∼12개월 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방산 산업은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재무장 흐름 속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세계 무기 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은 약 3%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수출 시장도 중동을 넘어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를 잇달아 도입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초 노르웨이 육군의 장거리 정밀화력 체계 사업을 수주해 다연장 로켓 천무를 공급하기로 했고, 지난해 말에는 에스토니아와 약 3억 유로 규모의 천무 발사대와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