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토지소유자,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 청구 가능해[법으로 읽는 부동산]
최근 대법원은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권자가 다른 경우에 성립하는 분묘기지권의 유형 및 각 유형별 지료지급의무에 관하여 정리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성립하는 ‘승낙형 분묘기지권’이다. 둘째는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성립하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다. 셋째는 자기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 성립하는 ‘양도형 분묘기지권’으로 분류했다.

한편 기존 판례는 지료지급의무에 관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기 전에는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분묘기지권자는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양도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 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기존 판례는 ‘분묘 설치 당시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에 지료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 등에 관해 약정한 것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라야 함을 전제로 했다. 그 약정의 효력은 분묘기지의 승계인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판시했을 뿐 지료지급의무와 관련해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적은 없었고, 이번 판결을 통해 일정한 요건하에 지료지급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관습법상 인정되는 용익물권인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인정 여부를 확정함에 있어서도 그 권리의 특수성 및 그 권리가 인정된 사회적 배경과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의 관계, 그들의 이익 상황 및 합리적 의사,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이나 차임증감청구권 등의 규정 및 그 기초를 이루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취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의 균형 등을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성립 당시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무상 약정이 성립하였더라도 분묘 설치 당시의 인적 관계의 변경, 분묘기지의 사용기간, 지가·공과금의 상승이나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료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분묘기지권자는 그때부터 객관적으로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경우에도 다른 유형의 분묘기지권의 경우와 같이 일정한 요건하에 지료지급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

이는 과거 분묘설치자와 토지소유자의 관계는 대개 종중, 이웃, 친척 등의 우호관계였던 반면에 오늘날에는 토지개발로 인해 분묘의 수호·관리자와 토지소유자 사이에 인적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우리 사회에서 분묘 설치에 관한 승낙 및 무상 약정이 흔히 이루어져 왔던 시대적인 상황과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이 변화하였다는 점이 작용했다.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사실상 영구적인 물권을 토지 위에 성립시킴으로써 그 성립 요건 및 존속기간 등에 관하여 당사자가 실제 의욕한 것 이상으로 토지소유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 분묘기지권 성립 당시 무상이었다고 하여 영구적인 무상 사용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나 신뢰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점, 대법원은 이미 나머지 두 유형, 즉 양도형 및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지료지급의무를 인정했다.

승낙형 분묘기지권에 관해서만 지료에 관한 유상 약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영구 무상의 권리를 보장할 경우 다른 유형의 분묘기지권과 균형이 맞지 않고 거래안전을 해할 수도 있다는 점, 무상 약정이 있는 분묘기지권의 유상 전환 청구권도 당사자의 의사와 거래 관행을 반영한 판례를 통해 합리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분묘기지권에 관하여는 민법상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일정한 요건하에 무상에서 유상으로의 변경 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