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엔비디아 기대감’에 지수 견인… 코스닥은 하락
미국, 이란 하르그 섬 공격 등 전쟁 격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여전

16일 신한은행 딜링룸. 사진=신한은행
16일 신한은행 딜링룸. 사진=신한은행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의 경제 지표 부진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이 힘을 내며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했다. 엔비디아의 GTC(개발자 콘퍼런스) 개최를 앞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대감이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2.47포인트(1.14%) 상승한 5549.33에 장을 마쳤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밀려 14.65포인트(1.27%) 내린 1138.52로 마감하며 양 지수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이날 시장의 주인공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2%대, SK하이닉스가 7%대 급등하며 3거래일 만에 동반 상승에 성공, 장 후반 코스피의 상승 폭을 끌어올렸다. 오는 19일까지 예정된 엔비디아 GTC 일정과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AMD CEO의 방한 등 반도체 관련 대형 이벤트들이 줄을 이으면서 반도체 섹터의 주도주 지위가 강화된 결과다.

하지만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이 이란의 핵심 석유 시설인 하르그 섬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졌으며, 미국의 작년 4분기 GDP 수정치가 QoQ +0.7%로 발표되며 당초 예상(+1.4%)을 크게 하회했다. 이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가중하며 뉴욕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전쟁 여파로 물류난이 심화되면서 해운주는 강세를 보였다.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종합 운임지수(SCFI)가 전주 대비 14.9% 급등하며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반영됐다. 반면 정부가 ‘중동 사태 경제 대응 TF 회의’를 통해 원전 가동률을 8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음에도 관련 종목들은 약세를 보이며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 얻었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은 극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끝에 1497.5원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코스피에서 4거래일, 코스닥에서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임정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주 엔비디아 GTC (~19일), 마이크론 실적 발표 (19일), AMD CEO 방한(18일) 등 반도체 관련 일정이 다수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반도체의 주도주 지위 강화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