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 넘어 ‘포용적 성장’과 실질적 실적 증명 과제 남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영풍·MBK파트너스와의 날 선 대립 속에서 그가 선택한 전략은 ‘신뢰’와 ‘글로벌 리더십’의 가시화였다.
특히 고려아연의 미래 먹거리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수소,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를 진두지휘하며 그는 이제 단순한 재벌 3세를 넘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재정의하고 있다.
거친 파도 앞에서 그가 입고,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것은 이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략적 메시지가 된다.
Appearance
슈트라는 이름의 갑옷, 색채와 디테일로 완성한 ‘신뢰의 언어’
최 회장의 외적 이미지는 TPO(시간·장소·상황)에 근거한 선택의 결과물이다. 그는 클래식한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넥타이의 색상과 액세서리를 활용해 강력한 심리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먼저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에너지기구(IEA) 각료이사회에서 그는 다크 네이비 정장으로 격식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 이는 자원 공급망이라는 딱딱하고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준비된 전문가’이자 ‘현장을 아는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특히 블랙에 가까운 짙은 톤의 의상은 에너지 안보라는 무거운 주제에 무게감을 더하며 세션 의장으로서의 권위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시각적 장치로 해석된다.
반면 프로필이나 일상적인 경영 활동 중에는 은은한 광택이 도는 실버 혹은 그레이 톤의 패턴 타이를 활용한다. 화이트 포켓 스퀘어를 정갈하게 꽂은 모습은 글로벌 감각과 동시에 준비된 경영자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특히 옅은 블루 셔츠와 짙은 네이비 슈트의 조합은 상대방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는 ‘비즈니스 웨어의 정석’으로,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주는 안심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의 옷차림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우리는 건재하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기업이다”라는 무언의 웅변인 셈이다.
정중하지만 단호한 발걸음, ‘현장 중심’의 역동적 카리스마
최 회장의 행동적 특징은 ‘역동성’과 ‘글로벌 스탠더드’로 요약된다. 최근 그가 보여준 행보 중 가장 주목할 점은 집무실에 앉아 보고받는 리더가 아니라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전 세계 무대를 누비는 ‘액티브 리더십’이다.
IEA 세션 의장을 맡아 발표하는 모습이나 해외 싱크탱크 토론에 참여하는 장면에서 포착되는 그의 손동작은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단순히 원고를 읽는 것이 아니라 손을 펼치거나 특정 지점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통해 자신의 비전을 실시간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는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적대적 M&A 위기 앞에서 그는 침묵하기보다 국내외 핵심 사업장을 직접 챙기며 현장 직원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보여주는 ‘현장 밀착형 행보’는 조직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또한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에서 보여주는 여유로운 표정과 정중한 태도는 그가 가진 탄탄한 네트워크의 힘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상대의 말을 경청할 때는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는 태도를 보이며 이는 그가 가진 유연한 사고와 포용력을 상징하는 행동적 브랜딩 요소로 작용한다.
언어의 장벽을 허문 직설법, 글로벌 자본 시장과 공명하다
최 회장의 소통 스타일은 ‘글로벌 언어’와 ‘진정성’에 기반한다. 유학 시절부터 다져진 유창한 영어 실력은 그가 글로벌 파트너들과 격식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핵심 자산이다.
그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자신의 논리를 펴냄으로써 메시지의 왜곡을 방지하고 소통의 속도를 높인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이 경영자는 우리와 같은 문법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또한 그의 메시지 전달 방식은 매우 구체적이다. 막연한 청사진보다는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구체적인 데이터와 키워드를 사용해 고려아연의 미래 가치를 설파한다.
최근 배포된 보도자료나 인터뷰를 보면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주주 이익 제고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이성적 소통’을 지향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는 “우리의 자부심을 지키자”는 감성적 유대감을 강조하며 소통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최 회장은 경영권 수호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과 존재감을 시장에 명확히 각인시키고 있다. 하지만 분쟁의 마침표를 찍고 안정적인 경영 궤도에 오르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실무적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특히 그간의 과정에서 부각된 ‘강경한 대립의 모습’을 어떻게 ‘상생을 통한 포용적 성장’의 비전으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행보의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노출된 갈등의 상처를 봉합하고 영풍과의 오랜 협력 관계가 깨진 자리를 새로운 거버넌스 확립으로 채워야 한다.
또한 그가 제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짐을 증명해야 하는 ‘실적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갈한 슈트와 유창한 영어 실력은 입구일 뿐 결국 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수익과 안정적인 배당이다.
그가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준 카리스마가 국내 소액 주주들의 마음까지 온전히 얻기 위해서는 ‘가치 경영의 개척자’로서의 서사를 완성해야 한다.
지금 최 회장은 비철금속의 제왕이라는 과거의 왕관을 벗고 친환경 소재 산업의 리더라는 새로운 왕관을 쓰려고 하고 있다.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그려 나갈 고려아연의 새로운 지도와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