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CI 시장 규모 2040년 26조원 전망
AI, 반도체, 로봇 융합기술로도 주목
그는 교통사고 후 회복이 어려운 마비 상태로 판정됐다. 그 후 지난해 4월 CIBR의 반침습형 무선 두뇌 이식체 ‘베이나오 1호’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했다. 꾸준한 신경재활치료를 통해 이제 생각만으로 마비된 팔에 장착한 로봇 손을 제어해 물 마시기와 간단한 식사 등 일상 동작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는 게 CIBR의 설명이었다. CIBR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척수 손상 환자와 뇌졸중 환자를 포함해 총 7건의 ‘베이나오 1호’ 인체 이식을 완료했다”며 “첫 임상시험의 단계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수준 뇌 과학자 ‘총집결’
2018년 설립된 CIBR은 명실공히 중국 BCI 연구의 핵심 거점이다. 베이징시 주도로 중국과학원·베이징대·칭화대·중국의학과학원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독립법인이다. 중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 40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중국계가 아닌 과학자도 7명 있다. 네이처·사이언스·뉴런 등 국제 주요 학술지에 총 472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7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하반신 마비, 뇌졸중, 중추신경성 통증 등 주요 질환 관련 17건의 임상시험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CIBR과 함께 공동 연구 중인 리위안 베이징 신즈다신경기술회사 순환 최고경영자(CEO)는 “‘베이나오 1호’ 첫 이식자의 재활 성과가 예상보다 우수해 상용화를 위한 결정적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며 “차세대 지능형 BCI인 ‘베이나오 2호’는 대형 동물 이식 실험 단계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개발 단계가 높아질 수록 대규모 신경 데이터 처리 능력이 좋아지고 이식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있다”며 “BCI 상용화를 위한 중국 내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운동·언어 장애 환자들에게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BCI는 인간의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해 외부기기와 상호작용을 하게 하는 기술이다. 손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두개골을 열어 뇌 조직에 이식체를 삽입한 뒤 뇌파를 추출하는 침습형과 수술 없이 두피 표면에서 전극을 통해 신호를 측정하는 비침습형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임상 자원 앞세워 美 추격
중국 정부는 BCI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BCI 의료기기 표준, 가격 기준 등 산업 표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보다 유연한 임상시험·의료보험 제도를 글로벌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중국 국가의약품관리국은 올 3월 중순 상하이에 있는 뉴라클 테크놀로지의 침습형 BCI 장치에 대해 판매 승인을 부여했다. 세계 최초로 상업 판매가 허용된 침습형 BCI 의료기기다. 이 장치는 뇌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와 로봇 장갑, 신호 해석 알고리즘, 의료 테스트 소프트웨어, 임상 관리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통합 시스템이다.
또 다른 중국의 BCI 스타트업 스테어메드는 최근 독자 개발한 침습형 BCI 시스템 관련 혁신 의료기기 특별심사 절차 진입을 승인받았다. 일종의 패스트트랙인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더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스테어메드가 개발한 두뇌 이식체는 뉴럴링크 제품의 절반 크기다. 전극 역시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으로 가늘어 뇌 조직이 이식체의 침입을 거의 감지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시 관계자는 “마비나 신체 절단 환자가 일부 움직임을 회복하거나 로봇 손과 지능형 휠체어를 조작하는 실험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CIBR의 경우 연내 최대 50명에게 BCI 이식체를 심을 계획이다. 더 많은 경험 축적과 데이터 수집을 통해 미국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 中 시장 1조원 전망
중국 BCI 시장 규모는 2024년 32억 위안(약 7000억원)에서 올해는 46억4000만 위안(약 1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2040년에는 1200억 위안(약 26조원)까지 점쳐지고 있다. 중국 내에선 BCI 기술이 앞으로 3~5년 내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란 낙관론까지 나온다. 야오더중 쓰촨성 뇌과학연구소장은 “새로운 정책이 하루아침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면서도 “앞으로 3~5년 안에 일부 BCI 제품이 실제 공공 서비스로 점차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BCI를 포함한 뇌 과학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히 의료기술 발전 목적만은 아니다. BCI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국방 기술과 연결되는 대표적인 융합 기술이다. 인간의 뇌를 디지털 시스템과 직접 연결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특징으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도 불린다. 중국 정부가 여러 부처를 통해 BCI 산업 육성 계획을 내놓고 2030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에선 빠른 고령화와 함께 신경계 질환 환자가 급증세다. 뇌졸중, 치매 등은 의료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BCI 기술이 상용화되면 치료 비용 절감과 의료 효율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다만 윤리적인 기준 확립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베이징 의학계 한 관계자는 “아직 BCI 산업 관련 명확한 국제 규제가 정립돼 있지 않아 뇌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할지, 뇌 신호에 대한 해킹 방지는 어떻게 해야할지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일단 중국은 환자 데이터와 임상 환경이 풍부해 뇌 과학 기술개발에 계속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은정 한국경제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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