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 위해 서류상 재결합했다 연금 반토막
물려받은 14억 아파트 결국 세금 폭탄
두 사건 원고들은 모두 ‘법이 정한 기간과 형식’을 방패 삼아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차단하려 했다.
한쪽은 평가 기간 밖의 유사 재산 거래가액을, 다른 한쪽은 혼인 기간 안의 실질적 동거 사실을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에서 법원은 형식보다 실질을, 문언의 기교보다 형평을 택했다.
‘서류상 재결합’이 부른 연금 분쟁…조정조서 문구 믿었다 낭패
수십 년 군복무를 마친 퇴역 군인 A 씨는 전 아내 B 씨가 자신의 퇴역연금을 절반씩 나눠 받아 가는 것을 막고 싶었다. A 씨와 B 씨의 혼인 이력은 복잡하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첫 번째 결혼을 했다가 협의이혼했고 2007년 재혼 신고를 했다가 2020년 두 번째 이혼으로 완전히 갈라섰다.
B 씨는 이혼 직후 군인연금법에 따른 분할연금을 청구했고 국군재정관리단은 두 혼인 기간을 합산한 약 21년 3개월을 기준으로 분할연금 지급을 결정했다. 4년이 지난 2024년 A 씨가 다시 움직였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2차 혼인 기간은 딸의 결혼 문제 등으로 서류상 부부였을 뿐 실질적 혼인 관계가 없었으니 그 기간을 빼고 연금을 다시 계산해 달라”는 신청이었다. 국군재정관리단이 거부하자 취소소송으로 이어졌다.
A 씨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2차 이혼 당시 법원에서 성립된 조정조서 제4항에 “2000년부터 혼인 관계가 파탄됐음을 인정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A 씨는 이 조항이 2차 혼인 기간 전체가 실질적 혼인이 아니었음을 법원이 공식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연금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은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해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인정된 기간”을 혼인 기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언뜻 논리가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는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이 조정조서를 들여다보니 ‘2000년부터 혼인 파탄’이라는 문구는 있었지만 정작 “2차 혼인 기간을 분할연금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같은 조정조서 제2항에는 “원고의 군인연금은 향후 군인연금법에 따라 분할 지급하기로 한다”고만 돼 있을 뿐 2차 혼인 기간 제외라는 단서가 없었다.
조정 당시 정황도 A 씨에게 불리했다. A 씨 측은 변호사를 대동했지만 B 씨는 홀로 출석했다. 법원은 법률 전문가 없이 홀로 조정에 임한 B 씨가 연금 수급권을 스스로 불리하게 변경하는 합의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분할연금 수급권 포기나 불리한 변경을 인정하려면 명시적 합의나 법원 심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18두65088)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였다.
사실관계 확인에서도 A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 씨와 둘째 딸의 진술, 주민등록 기록을 종합한 결과 두 사람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실제로 함께 거주했고 2008년 11월부터 2012년 3월까지는 주민등록 주소지까지 동일했다.
이후에도 A 씨는 손자녀 양육을 매개로 B 씨의 거주지에 지속해서 드나들었다. A 씨가 1차 이혼 당시 받아둔 “향후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통하지 않았다.
법원은 일반적 포기 조항만으로는 법이 보장한 고유한 분할연금 수급권의 포기를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고까지 했는데 왜”…11억 아파트 세금, 14억 기준으로 다시 계산
2022년 8월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장인 C 씨는 딸 D 씨와 사위 E 씨 부부에게 아파트를 증여했다. 부부는 사흘 뒤 공동주택 기준시가 약 11억600만원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신고하고 증여세를 납부했다.
D 씨 약 3945만원, E 씨 약 1778만원. 신고도 했고 세금도 냈다. 그런데 성동세무서가 같은 단지 안의 유사 호수가 2021년 3월 14억5500만원에 실제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준시가와 실거래가의 차이는 3억원이 넘었다.
세무서는 서울지방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고 2023년 6월 이 유사 재산의 거래가액을 시가로 인정받아 추가 증여세를 부과했다. D 씨에게 약 4500만원, E 씨에게 약 2450만원, 부부 합산 약 7000만원의 추가 청구서였다.
부부는 두 가지 논리로 맞섰다. 첫째, 적법하게 신고를 마쳤으니 유사 재산 거래가액은 신고일까지의 것만 인정되고 2021년 3월 거래는 그 기간 이전이므로 시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 2021년 3월부터 2022년 8월 사이에 기준시가가 16.9%, 성동구 지가변동률이 8.9% 올랐으니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영민)는 두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첫 번째 논리에 대해 법원은 시행령 제49조 제4항이 “제1항을 적용할 때”라고 돼 있을 뿐 “제1항 본문을 적용할 때”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평가 기간 밖의 거래를 심의를 통해 시가로 인정하는 제1항 단서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은 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형평 문제도 지적했다. 부부의 주장대로라면 성실하게 신고한 납세자는 기간 밖 거래가액 적용을 차단할 수 있는 반면, 신고하지 않은 납세자는 오히려 더 넓은 범위의 거래가액이 시가로 인정되는 역설이 생긴다.
두 번째 논리도 실제 데이터 앞에서 무너졌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자료를 확인한 결과 동일 전용면적 아파트의 시세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상위·일반·하위 평균 모두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기준시가 상승률이나 지가변동률 같은 간접 지표가 아니라 실제 시세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돋보기]
“기간의 논리가 실질을 이길 수 없다”
두 판결은 모두 형식과 기간의 논리가 실질과 형평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군인연금 분할연금 사건은 이혼 과정에서 연금 문제를 다룰 때 조정조서나 협의서에 관련 내용을 얼마나 명확하게 기재하느냐가 결정적임을 보여준다.
‘혼인 관계 파탄’이라는 문구 하나로는 부족하다. 혼인 기간 제외와 연금 분할 비율 변경이 명시돼야 한다. 한쪽 당사자에게 법률 전문가가 없는 조정에서 만들어진 모호한 문구는 오히려 그 당사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여세 사건은 유사 재산 거래가액을 활용한 과세의 사정거리가 생각보다 넓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적법하게 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유사 재산 거래가액 적용을 막을 수 없다.
이 거래가액에 맞서려면 기준시가 변동률 같은 간접 지표가 아니라 실제 시세 자료와 구체적 거래 사례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 기준시가와 실거래가의 괴리가 큰 부동산을 증여받을 때 시가 산정 문제를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why@hankyg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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