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 박람회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2026 참관기
올해 68개 국가 3104개 기업 참가
150개국서 25만명 관람객 볼로냐 찾아
코스모서 가장 인기 있는 부스, K뷰티
주최측도 K뷰티 신경 써서 부스 설계해
K뷰티는 이제 시작이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화장품 박람회 ‘코스모프로프(Cosmoprof) 2026’은 K뷰티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전시장 곳곳을 채운 한국 브랜드 부스는 바이어들로 북적였고 관람객들의 시선은 K뷰티에 집중됐다.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성분 중심 마케팅, 감각적인 부스 디자인, 체험형 전략까지 K뷰티가 만든 공식은 전 세계가 따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올라섰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과 인디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는 K뷰티만의 경쟁력이자 시장 확장을 가속하는 강점이다.
K뷰티는 단순 유행이 아니다. 글로벌 화장품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발을 딛자마자 ‘K뷰티‘ 영향력을 실감했다. 중년 남성 입국 심사관은 여권을 보고 뜬금없이 한국 화장품을 대화 주제로 잡았다. 영국에 거주하는 25살 막내딸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K뷰티가 전 세계를 홀렸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3월 26일(현지 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화장품 박람회 ‘코스모프로프(코스모)’는 그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헤어·네일 소품 회사부터 각국 유명 브랜드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까지 ‘뷰티’ 관련 모든 업체가 집결하는 자리다. 올해 코스모의 주인공은 단연 K뷰티였다. 코스모프로프가 뭐길래
화장품 역사 그 자체코스모는 매년 3월 이탈리아 볼로냐 피에레 전시장에서 열리는 B2B(기업 간 거래) 화장품 전시회다. 올해는 68개 국가에서 화장품과 관련 있는 3104개 기업들이 참가했다. 브랜드 기준으로는 1만 개가 넘는다. 150개국에서 약 25만 명의 방문객이 볼로냐를 찾았다.
볼로냐 코스모는 바이어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참가 자체를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화장품 업계에서는 ‘꿈의 무대’로도 불린다. 전시 면적만 17만m²(약 5만1000평)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성과 영향력 등을 판단할 때 기준을 코스모로 삼는다”며 “코스모 경험 여부로 업계 내 위상이 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코스모의 역사는 5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복구가 마무리된1960년대 유럽은 경제 호황이 시작됐다. 성장하는 경제에 중산층이 늘어났고 이들은 미용과 자기 관리에 관심을 가졌다. 중산층의 눈높이에 맞춰 화장품 업계는 스킨케어와 수분크림 등을 개발했다. 더마코스메틱(약국 화장품)의 보편화도 시작됐다.
산업이 커지자 화장품업 네트워크를 쌓을 전문적 교류의 장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겼다. 당시 이탈리아는 화장품의 설계, 부품, 포장 등을 분업화하면서 패키징·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강국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 감성이 더해지면서 화장품 산업의 전성기를 맞았다.
볼로냐는 1964년 전시장 착공에 나서 이듬해 첫 상설 전시장을 개관했다. 현재 코스모프로프가 열리는 볼로냐 피에레(BolognaFiere)가 바로 이곳이다. 업계는 볼로냐에서 1967년 제1회 코스모프로프를 개최했고 매년 3월 전 세계 화장품 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박람회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영역을 확장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홍콩, 방콕, 인도 뭄바이에서도 박람회를 열고 있다. 그중에서도 볼로냐는 참가 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다른 지역 코스모에 참가한 이력이 없으면 참가 신청조차 받지 않는다. 이 벽을 넘은 후 1년을 넘게 기다려도 허가받지 못하는 브랜드들이 수두룩하다.
스킨1004부터 바이오힐보까지주최사인 볼로냐피에레는 참가 부스 3분의 1을 K뷰티에 할애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코스모에 참가한 한 브랜드 대표는 “코스모도 K뷰티를 밀어주려고 한다”며 “바이어들 관심이 높다 보니 부스를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코스모 흥행 보증수표’라고 말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국 브랜드 부스는 주로 14·15·22·26홀에 있었다. 홀마다 주제는 달랐다. 14홀은 프라임존(프리미엄·럭셔리 뷰티 전시 구역), 15홀은 ODM존이다. 22홀과 26홀은 일반 뷰티 브랜드관으로 구성됐다.
주최사가 K뷰티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는 부스 위치에서 보인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한국관’이다. 한국관은 주최사가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외부에 별도로 구성한 임시 부스다. 외부 부스를 만든 국가관은 ‘K뷰티’가 유일했다. 올해 코스모에 참가한 K뷰티가 늘어난 영향이다. 주최 측은 신생 스킨케어·색조, 헤어 제품, 네일 제품 등을 나눠 3개의 외부 한국관을 만들었다.
전 세계 바이어들의 관심은 K뷰티로 향했다. 전시관은 크게 6개로 구분됐다. 이 가운데 발 디딜 틈 없었던 곳은 한국 브랜드가 들어선 전시관밖에 없었다. 특히 14홀에서도 메디큐브(에이피알)·스킨1004·엘로엘·바이오힐보·컬러그램·브이티·라곰 등 한국 브랜드가 몰려 있는 공간은 바이어들로 가득했다. 샘플을 받거나 계약 상담을 받고 싶어서 직원 면담을 기다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색 장면도 연출됐다. 코스모에 참가한 바이어들은 K뷰티 브랜드의 구디백을 들고 다니며 ‘자체 홍보판’으로 변신했다. 구디백 전략은 K뷰티 브랜드가 주로 사용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올리브영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페스타를 열면서 ‘뷰티 구디백’도 유명해졌다. 당시 페스타에 참가한 각 브랜드에서 제품 일부를 담은 구디백을 제공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올리브영 페스타는 ‘혜자(가성비) 박람회’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다른 브랜드들도 돈을 더 써서 구디백을 만들 것 같다”며 “K뷰티가 글로벌 트렌드를 만들고 산업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부스 직원은 일부러 ‘아시안’
코스알엑스보다 더 유명한 믹순·궁중비책·편강율특이한 점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들의 활약이었다. 2020년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 ‘믹순(mixsoon)’이 그 주인공이다. 믹순은 유통업에 종사해온 황주업 대표가 뷰티업계에 뛰어들면서 내놓은 브랜드다.
믹순 부스는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인 코스알엑스보다 흥행했다. 코스알엑스는 다른 K뷰티와 다르게 한국인 직원이 없었으며 K뷰티를 앞세워 부스 홍보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메디큐브, 쿤달 등 K뷰티 브랜드 인근에 있었지만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코스모에 참가한 바이어들은 이미 K뷰티 브랜드에 대해 알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브랜드 정보가 없어도 부스를 지키는 직원이 아시안이면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동양인이 보이면 일단 와서 ‘너네도 한국 화장품이냐’ 물어본다”며 “볼로냐는 처음 와보는데 직접 참가해보니 K뷰티는 이제 시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점점 더 인기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콜마·코스맥스, 3일치 예약 조기 마감K뷰티의 세계화는 15홀에서 이루어졌다. 제조부터 생산까지 대신해주는 화장품 ODM 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다.
15홀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부스는 한국콜마였다. 브랜드 부스와 달리 ODM 부스는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어떤 브랜드와 협업하는지를 영업 비밀로 관리하고 체험보다는 바이어 상담 중심으로 부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 관람객이나 초보 바이어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점은 ODM 부스의 한계로 지적돼왔다.
한국콜마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부스를 개방형으로 구성했다. 별도로 방문 예약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스로 들어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개막 전부터 3일치 상담 예약이 완료됐지만 예약하지 못한 바이어에게도 제품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다. 한국콜마는 워크인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현장에 15명 이상의 직원을 배치했다.
부스 디자인도 차별화했다. 코스맥스가 별도 콘셉트 없이 외관을 흰색으로 처리한 것과 달리 한국콜마는 ‘사막에서 부는 바람’을 형상화해 부스를 디자인했다. K뷰티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무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다. 부스의 핵심 콘셉트는 ‘더 마스터 오브 케이뷰티(The Master of K-Beauty)’로 정했다. 글로벌 화장품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내용이다. 부스는 메인체험존(스킨케어·선케어 등), 디스플레이존, 색조존, 베스트셀러존, 어워드존, 연우존 등 크게 6개로 나눴다.
프랑스에서 온 한 바이어는 “CES 보도자료를 보고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시연을 보니 화장품 산업의 미래가 이런 것이구나 실감했다”며 “유럽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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