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연합뉴스
포스코그룹이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로드맵을 내놨지만, 현장은 기대보다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13일 하청 노조가 광양제철소 앞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과 맞물려 노·노·사 갈등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하청노조 총력 투쟁 예고…'S직군' 신설 둘러싼 갈등 심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이날 오전 11시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측이 제시한 '조업시너지(S) 직군' 신설을 두고 "기만적인 꼼수 직고용 추진"이라면서 "직고용이라는 형식을 빌린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중 노동시장 고착화 우려를 제기하는 발언이다.

하청노조 측은 조건 없는 온전한 정규직 전환과 원청의 직접 교섭을 촉구하며 향후 상경 집회를 포함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오는 16일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선고를 앞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측이 소송 당사자인 노조를 배제한 채 로드맵을 발표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연이은 하청 승소 판결로 유사 판례가 누적되면서 법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로드맵 발표를 통해 사법부 판결 이후의 파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가 4월 13일 오전 전남 광양제철소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가 4월 13일 오전 전남 광양제철소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
사법 리스크 해소와 연임 명분 확보 꾀했나

비용 측면에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지난 3월 말 기준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기준 협력작업비는 약 2조8600억원 규모다. 현장 하청 인력 운용에 투입된 비용이다.

여기에 외부 업체에 지급하는 수선비와 일부 지급수수료 등 외주 성격 비용을 포함하면 관련 지출이 3조원 수준에 근접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직고용은 새로운 비용이 추가된다기보다 기존 외주비를 내부 인건비로 전환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협력사 마진과 중복 관리비가 제거되는 만큼 전체 비용 증가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IR 자료를 통해 올해 4000억원 규모의 고정비 절감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직고용과는 별도로 비용 구조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외주비의 인건비 전환이 이뤄질 경우 업황에 따른 비용 조정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급여와 복리후생비 등 후행 비용이 장기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5년 3월 2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룹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5년 3월 2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룹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그룹의 지배구조를 함께 거론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분 8.2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로, 사실상 정부 기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분석한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8.26% 보유)은 과거 최정우 전 회장의 연임 절차에 제동을 걸며 회장 선임 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협력사 7000명 직접 고용 발표에 대해 임기 2년 차에 접어든 장 회장이 이재명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기조에 화답함으로써, 향후 연임 명분 확보와 사법 리스크 해소를 동시에 꾀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11월 23일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11월 23일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어렵게 입사했는데 박탈감…정규직들은 '부글부글'


내부 반발도 변수다. 포스코는 "직접 고용에 따른 세부 쟁점을 이제 막 협의하기 시작한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채용 형평성과 처우 저하를 우려하는 정규직 사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치열한 공채 과정을 거친 MZ세대 사원들 사이에서는 입사 시험의 난도와 수행 직무가 다름에도 동일 소속으로 편입되는 것에 대해 '노력의 배신'이라는 정서가 짙다.

공개 채용이라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기존 사원들은 '시험 없는 직고용'이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과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겪었던 극심한 내부 갈등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사내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시선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에 쏠린다. 이번 선고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소송 결과 이상으로, 제조업 전반의 '불법 파견'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와 산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하청 근로자들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줄 경우, 포스코발(發) 직고용 도미노가 산업계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