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공정위에도 영향
“순환지분 형성되면 총회일 기준 의결권 제한 적법”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아연의 순환출자 형성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심사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4월 2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상호보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 여부는 주주명부 기준일이 아니라 실제 주주총회 개최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

사법부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공정위의 결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총 직전 완성된 순환고리…영풍 의결권 ‘봉쇄’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2024년 9월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영풍·MBK 측 보유 지분(41%)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35%)보다 많지만 최 회장이 이사회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영풍은 2024년 12월 31일 기준 고려아연 발행주식총수의 약 25%인 526만245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그룹이었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2025년 1월 22일 영풍 주식 19만226주를 취득했다.

이어 2025년 3월 12일 SMC가 보유하던 영풍 주식 전량을 SMH가 현물배당 형태로 받으면서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지분 구조가 완성됐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3월 13일 이사회에서 이 구조를 근거로 “2025년 3월 28일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영풍은 즉각 반발해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으나 1심은 주총 전날 신청을 기각했다. 주총 당일 오전 SMH는 추가로 영풍 주식 1350주를 취득해 영풍 발행주식총수의 10.03%를 확보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주총을 열어 “자회사인 SMH가 영풍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 보유하고 있어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고지했고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출석 주주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했다.

대법원이 판단한 핵심 쟁점

① 상호주 의결권 제한 판단 기준시점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상법 제369조 제3항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회사·모회사·자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의 10%를 초과 보유할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한다.

영풍은 주주명부 기준일(2024년 12월 31일) 당시에는 순환지분 구조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법 제354조의 기준일 제도는 “일정한 날에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를 대상 회사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자로 확정”하는 제도일 뿐 다른 회사의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상호주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실제 의결권이 행사되는 주주총회일이며 기준일에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주총일에 요건을 갖추면 의결권은 제한된다고 명확히 했다.

반대로 주총일 전에 상호주를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기준일에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면 의결권 없는 상태가 유지된다는 논리도 함께 제시했다.


② 영풍 본체냐 자회사 YPC냐

영풍은 주총 3주 전인 지난해 3월 7일 고려아연 주식 전량을 100% 자회사인 와이피씨(YPC)에 현물 출자했다. 주총일 기준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실제 보유한 것은 영풍이 아닌 YPC였다.

영풍의 노림수는 이랬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모회사·자회사 사이의 상호보유만 규제하는데 YPC는 영풍의 자회사이지 고려아연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따라서 고려아연→SMH→YPC→고려아연 구조는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준일에 주주명부에 영풍이 기재된 이상 실제 주식이 YPC로 넘어갔더라도 의결권 행사 주체는 여전히 영풍으로 확정된다고 봤다.

주총일에 SMH가 영풍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고려아연→SMH→영풍(명부상 권리행사자)→고려아연의 상호보유 구조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주식을 자회사에 넘긴 영풍의 시도는 실질 보유 구조만 바꿨을 뿐 기준일 제도에 묶인 법적 권리행사자 지위까지 바꾸지는 못한 셈이다.


③ 외국 자회사도 상법상 ‘자회사’

상법 제342조의 2는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한 회사를 모회사로, 그 상대방을 자회사로 정의하고 있다. 영풍은 SMH가 호주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 회사이므로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퉜다.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의결권 제한 규정의 핵심 목적은 주주총회 결의와 회사 지배구조의 왜곡 방지인데 자회사가 외국 회사라도 그 목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외국 회사가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하려면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고 SMH가 그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④ 의결권 제한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가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자신을 배제할 목적으로 SMH·SMC를 이용해 영풍 주식을 취득한 것은 업무상 배임 또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이를 근거로 한 의결권 제한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배임행위나 법령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의결권 제한이 권리남용이나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했다.



[돋보기]
경영권 분쟁, 지분 판도 재편으로 이어지나

이번 대법원 결정은 1심과 항소심에 이어 3심 모두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2025년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뤄진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정관 변경 결의(찬성 62.83%)의 법적 정당성이 사실상 확보됐다.

영풍·MBK 측은 본안 소송을 통해 의결권 제한의 위법성을 계속 다투겠다는 방침이어서 경영권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법정 다툼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려아연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군이었던 베인캐피탈이 보유 지분 2.01%를 메리츠증권 계열 특수목적법인(SPC) ‘피23파트너스’에 매각하고 퇴장했다.

인수 자금은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에서 빌려온 차입금 5411억원으로 만기는 2029년이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우군을 교체하는 동시에 경영권 방어 체제를 3년간 유지할 시간을 번 셈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약 5%)이 보유한 지분은 별도의 소송에 묶여 있어 매각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영풍(현재 원고는 YPC)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소송에서 1심 법원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신주 발행이 무효라고 판결했고, 현대차 보유 지분에는 처분 금지 가처분까지 내려진 상태다.

현재 고려아연이 항소해 2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인데 항소심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고려아연은 현대차로부터 받은 5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