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첫 승소 판결 이후 약 4년 만에 나온 대규모 추가 인용으로, 철강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사내 도급'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5일 협력사 직원 223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에서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9년 만의 최종 결론이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명확했다. 형식상으로는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포스코의 생산 공정에 완전히 편입돼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대법원은 포스코가 운용하는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주목했다.
포스코가 이 시스템을 통해 작업 대상, 시간,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원청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협력사가 작성한 작업표준서가 포스코의 것과 사실상 동일했다는 점도 '위장 도급'의 핵심 증거가 됐다.
다만, 정년이 지난 1명은 소송 실익이 없어 각하됐으며,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맡은 7명은 포스코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사건이 2심으로 돌려보내졌다.
7000명 직고용 앞둔 포스코…노사 갈등은 '제2라운드'
이번 판결로 포스코가 짊어져야 할 법적·재무적 부담은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5~7차 소송(약 460여명) 역시 이번 판결의 영향권에 있어, 노동자 측의 연쇄 승소가 유력시된다.
포스코는 이달 초 선제적으로 '협력사 직원 7000명 직고용' 카드를 꺼내 들며 파국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소송 당사자들과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하고 있다.
쟁점은 '처우'다. 사측은 기존 정규직과 분리된 별도 직군을 신설해 고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차별 없는 완전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직고용 이후 발생할 막대한 인건비 상승과 기존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 노노(勞勞) 갈등 등 산적한 과제가 포스코의 경영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번 판결은 포스코를 넘어 현대제철, 현대차 등 대규모 장치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산 시스템을 통한 업무 공유가 보편화된 현대 제조 공정에서 '불법 파견'의 굴레를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법원이 제조업의 도급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흐름 속에서 국내 제조업의 인력 운용 방식과 경쟁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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