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담 덜어낸 롯데건설, 종합 디벨로퍼 전환 본격화
롯데건설이 시공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종합 디벨로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색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환경 속에서 롯데건설은 한때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후 PF 규모 축소와 자금 구조 재편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우선 PF 관리. 2022년 말 6조8000억원에 달했던 PF 보증 규모는 2025년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며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샬롯펀드와 오메가펀드를 통한 리파이낸싱으로 금리를 2%포이트 이상 낮추고 만기를 연장해 금융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철저한 공정 관리를 통해 사업장들을 본PF로 전환시키고 분양 시점을 앞당기는 ‘정공법’도 주효했다. 본PF 전환은 불확실성이 높은 브리지론 단계에서 안정적인 사업 자금 조달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사업 안정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착공과 분양이 가능해지면서 매출과 분양수입이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 올해 3월 6300억원 규모의 본PF 전환에 성공한 광주 쌍령근린공원 조성사업은 상반기 분양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부천 상동 역세권 사업도 본PF 단계로 넘어갔고 대전 도안 2-9지구 등 주요 사업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주요 재무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2년 265%였던 부채비율은 2025년 187%까지 떨어지며 안정권인 200% 미만에 안착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40% 수준에서 20%대로 하락했다. 신종자본증권 등 조달 구조의 장기화를 통해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낮추고 자금 운용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업계에서는 본PF 전환과 분양 수입 유입이 이어질 경우 롯데건설의 전체 PF 규모가 올해 하반기 2조원 초반대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업 경쟁력도 개선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2024년 1조9571억원에서 2025년 3조366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원가율은 2025년 92.8%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다. 과거 원가 상승기에 계약한 공사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서도 수주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4월 기준 도시정비 수주액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서울 송파구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과 성동구 금호21구역 재개발 등 핵심 입지 사업을 확보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자체사업 비중 확대도 눈에 띈다. 2025년 자체사업 매출은 4214억원으로 2023년 973억원, 2024년 2944억원 대비 빠르게 증가했다. 도급사업과 달리 자체사업은 분양 성과에 따라 개발이익을 직접 확보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추진도 공식화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에 나섰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고수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조직 개편에서도 드러난다. 롯데건설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수주영업과 엔지니어링 기능을 분리하고 전담 본부를 신설해 사업 기능을 재정렬했다. 기존 주택사업본부를 개발사업본부로 개편해 프로젝트 관리와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 기반 사업은 유지·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개발사업의 리스크 관리와 사업비 회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취임한 오일근 대표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 전문가로 꼽히는 오 대표는 취임 직후 개발·영업·사업관리 기능을 통합하며 조직의 무게중심을 시공에서 개발로 옮기는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