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란이 불과 하루 만에 통행 통제 재개로 입장을 번복함에 따라 오늘(20일) 증시는 2차 휴전 협상을 앞두고 변동성이 다시 커질 국면에 놓였다.
지난 17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33.05포인트 오른 6,191.92로 장을 마감했다. 이러한 급등세에 힘입어 지수는 전쟁 직전인 올해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삼성전자가 21만원선을 회복하고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는 등 대형 기술주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에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과 주말을 앞둔 위험 회피 심리로 지수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으나, 장 마감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일시 해제 소식이 전해지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란 외무장관은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세계 에너지 수송 관문이 열렸다는 안도감이 퍼지면서 국제유가는 10% 안팎으로 급락하고 미 증시는 사상 처음으로 S&P 500 지수 7100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증시 관련 지표인 MSCI 한국 ETF와 코스피200 야간 선물 역시 3% 가까이 급등하며 월요일 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낙관론은 이란 군부가 다시 통항 통제를 선언하면서 하루 만에 찬물을 뒤집어썼다. 이란 측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우며 호르무즈 해협의 상태를 이전으로 되돌렸다고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파키스탄에서 열릴 협상을 예고하며 이란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전력 시설 등을 타격하겠다는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란 국영 매체 또한 2차 협상 보도를 부인하며 미국의 비현실적인 요구가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해 양측의 강 대 강 대치는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지난주 말 호재를 선반영해 급등했던 증시는 주초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개방과 폐쇄 소식이 모두 휴장 기간에 발생한 만큼 그 영향력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경우 호르무즈 개방선언과 통제 재개 모두 주말 휴장 기간 일어난 사건이었던 까닭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이 불가피하겠지만, 점차 투자자들의 시선이 전쟁 자체보다는 기업 실적과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필요성 등 펀더멘털 요소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일엔 SK하이닉스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종전협상에서 합의가 불발되면 미국이 추가 압박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협상 타결을 위한 레버리지로 해석하면서 전체적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의 관심이 전쟁에서 실적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주 예정된 미 연준 의장 후보자의 청문회 결과에 따라 금리와 물가 불안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이 경계해야 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워시가 청문회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불안에 방점을 두느냐, 혹은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한 비둘기파적 태도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시장은 그의 과거 행보를 근거로 물가 제어를 우선시할 가능성을 경계하며 금리 상승 압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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