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 보험금 지급 지연율 9% 돌파
韓 최대 지연 이자율 12%...美 텍사스 18%, 스페인 20%
농협손해보험 지급 지연율, 27.8%로 국내 손해보험사 중 최고
생명보험사는 KDB생명 52.9%로 최고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 질병, 상해보험 등 대인보험은 보험금 청구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화재, 배상 책임 보험 등 대물보험의 경우는 보험금 결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이를 넘길 경우 보험계약대출이율을 기준으로 지연 이자가 부과된다. 보험계약대출이율은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쓰는 금리다. 보험사가 지급을 늦추면 그 금리 기준으로 벌금(지연 이자)를 매긴다. 지연 기간이 30일을 넘어가면 가산 금리도 붙는다. 31~60일은 4%포인트(p), 61~90일은 6%p, 90일 초과 시 8%p다. 이 기준을 2016년 도입한 이후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공개한 올해 5월 보험계약대출이율이 4.15%다. 이에 최대 가산 금리를 적용하면 보험사가 내는 지연 이자가 최대 12%대가 된다. 반면 개인이 대출 상환을 늦추면 연체 이자는 법정 최고 이자인 연 20%까지 오를 수 있다.
韓 지연 이자율, 주요국만큼 올려야 하나
해외 주요 국가는 보험금 지급 지연을 막기 위해 벌칙 수준의 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보험금 청구 접수 후 3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절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60일 이상 지급이 지연되면 연 18% 이자를 부과한다. 스페인의 경우 보험금 지급이 2년 이상 늦어지면 연 20% 이자를 내야 한다. 또 대만은 보험금 청구일로부터 15일 안에 지급하지 않으면 연 10% 지연 이자를 부과한다.
주요국들에 비해 국내 보험금 지금 지연 이자가 낮은 상황이다. 이에 보험사의 지급 지연 사례는 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중 지급 기한을 넘긴 것이 전체 9.3%였다. 이 비율은 2020년 6.8%에서 2021년 8.1%, 2022년 8.4%, 2023년 8.3%, 2024년 8.6%로 매년 늘고 있다.
업권별로 지급 지연율이 높은 회사를 보면, 손해보험사의 경우 농협손해보험이 27.8%로 지급 지연율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 라이나손해(18.8%), 메리츠화재(18.8%), 롯데손해보험(14.5%), 흥국화재(14.5%) 순이었다. 생명보험사는 KDB생명이 52.9%로 가장 높았고 신한라이프와 iM라이프가 각각 52.8%, 50%로 뒤를 이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이 “보험금 지연 이자가 낮아서 보험사들은 지급을 늦춰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이 늑장 지급 사례를 늘리고 있다”며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면 이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보험금 지급 속도를 올리는 경쟁에 나섰다. 교보생명이 AI 기반 자동심사 모델과 OCR 기술을 활용해 서류 확인, 심사, 지급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흥국화재는 ‘실손24’ 데이터를 연계·분석해 지급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삼성화재는 AI 자동심사를 통해 단순 사고 보험금을 평균 10분 이내 지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보험금 지급 속도는 보험사에 대한 신뢰도를 좌우한다. 보험연구원이 실손보험 청구 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전히 지급 지연이나 일부 미지급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소비자가 많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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