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시장 점유율 34% 돌파
미국과 EU 등 자국산 전기차 지원책 내놔
부품사 등 전기차 생태계 안정화 필요
임금과 성과급 등을 놓고 매년 치열하게 대립하던 자동차산업 노사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다름아닌 중국산 전기자동차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에 등극한 비야디(BYD) 등 중국 토종 브랜드는 물론 상하이 공장에서 만드는 테슬라까지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위기감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中 전기차 1분기 판매 286.1%↑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 공습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작년 국내 신규 등록된 전기차 22만177대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는 7만4728대로 33.9%를 차지했다. BYD는 한국 진출 11개월 만인 지난 3월 수입차 업체 가운데 최단 기간 1만 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벗어났다. 2022년까지 40만 대에 못 미쳤던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지난 3월 100만 대를 돌파했다. 올해 3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자동차(41만5746대)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0.1%(8만3533대)에 달했다.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란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전기차 수요를 높이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들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2023년 7.5%에 그쳤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4년 23.9%로 3배 넘게 급증한데 이어 매년 상승하고 있다. 반면 한국산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57.2%로 2020년 75% 이후 매년 떨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만드는 테슬라 모델Y는 지난해 판매량 5만405대를 기록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를 제치고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차값이 1억원을 넘는 고가 모델X, S 등 일부 차종을 제외한 99%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BYD와 중국 공장이 있는 폴스타도 전년보다 각각 601.8%, 269.6% 급증한 7278대, 2957대를 국내에 판매했다. 올 1분기도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2만5000대로 지난해보다 286.1%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 전기차는 이보다 2배가량 많은 5만1000대가 팔렸지만 증가율은 126.1%로 중국산의 절반에 못 미쳤다.
美·EU 관세에 자국차 지원 확대
중국 차의 국내 전기차 시장 장악 우려가 커지자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내 산업 기여도(국내 투자 및 고용·재무상황·연구개발 역량)를 점수화해 기준선 미만은 보조금을 주지 않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개편안대로라면 현재 177만원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4501만원)와 중국산 테슬라 모델Y(4678만원)의 가격 차이는 398만원으로 벌어진다. 아이오닉5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이 ‘특정 국내 업체에만 유리해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관련 정책 무게중심을 보급 확대에서 국내 생산 기반 강화로 옮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를 늘리는 차원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세제 지원을 통해 국내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완성차와 부품사들까지 아우르는 전기차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등은 이미 관세와 보조금으로 중국산 전기차 유입을 막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팔고 있다고 보고 회사별로 최대 35.3%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기본 관세(10%)를 감안하면 최대 45.3%의 세금이 적용된다. 한술 더 떠 유럽산업가속화법(IAA)을 통해 자국 내 생산과 부품 사용을 압박할 예정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유럽 내에서 조립하고 차량 부품의 최소 70%를 EU 내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담았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102.5%에 달하는 관세에 자율주행차의 차량 데이터 전송 문제를 국가 안보 이슈로 보고 차량 운행 자체를 막을 예정이다. 인도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차량에 70~100%의 관세를 부과한다. 일본은 자국 내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했다. 전기차 한 대당 40만엔(약 4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자동차부품 업계 위기
수입 전기차 확대가 국내 자동차부품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배터리 업체로 출발한 BYD는 전 차량에 자체 양산 배터리를 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를 가져다 쓰는 현대차·기아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수입차 15% 관세 여파로 현대차·기아의 실적은 악화되는 추세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 2조205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0.8%와 26.7%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YD의 원가 경쟁력은 현대차·기아보다 40%가량 앞선다”며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CR·Cost Reduction)’에 나설 경우 부품사들의 어려움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부품 업계에서는 완성차 여부가 아닌 국산 부품 비중을 반영해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배터리와 부품을 수입해와 국내에서 사실상 조립만 하는 전기차가 적지 않다”며 “전기차 부품사를 육성할 수 있는 ‘국내생산부품촉진세제’를 도입해야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은 부품, 배터리, 반도체 등 광범위한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이다. 그만큼 전후방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기도 하다. 부품 회사를 포함한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 인원은 150만 명으로 철강(41만 명)과 반도체(28만 명)를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자동차산업이 흔들리면 국가경제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차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플랫폼이다. 전기차 경쟁력 없이는 미래차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 오는 7월 발표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예정인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전기차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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