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가입자 2696만 건의 유심(USIM) 정보가 서버 23대 해킹으로 유출됐고 KT는 불법 기지국을 활용한 범죄로 2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 이는 소액결제 사기 피해로 이어졌으며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유심교체를 위해 대리점에 줄을 서는 등 소비자의 불편과 항의가 심각했다. SK텔레콤은 역대 최고액인 1348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만 했다. 다 지난 일인데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2025년 통신사 결산 결과(매출액과 영업이익) 때문이다.
우리나라 통신업계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3개 회사로 과점 형태다. 좀처럼 변하기 힘든 시장 구조라고 하지만 지난해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통신사 전체 매출액은 전혀 동요가 없다. 오히려 증가했다. 물론 SK텔레콤의 경우 영업이익 -41% 하락과 매출액 -3% 감소를 보였지만 2025년 SK텔레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732억원이다. ‘1조 클럽’을 거뜬히 지켜낸 셈이다.
이런 결과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통신사 시장은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독과점’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초고속인터넷, 시내전화, IPTV, 이동통신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가입자 수를 핵심 지표로 관리한다.
KT 사업보고서 중 ‘사업의 내용’에 나오는데 통신 3사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9337만 명을 넘었다. 총인구 대비 100%를 훌쩍 넘는 보급률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가입자 수’라고 표기하지만 사람이 아닌 회선수라는 점이다. 차량 텔레매틱스, 스마트미터(원격검침), POS 단말기, 산업용 센서, 도시가스·수도·가로등 관제, 무선결제기 등 전부 한 회선씩 잡힌다.
통신사들은 통신 인프라망 구축에 막대한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고 매년 수조원의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하지만 이 비용은 현금이 실제로 빠져나가는 숫자가 아니다. 과거에 쏟아부은 투자를 회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의 실제 현금창출력(EBITDA)은 영업이익보다 훨씬 두껍다.
높은 통신료를 정당화하는 ‘인프라 투자론’은 이 구조에서 탄생한 방패다. 그런데 작년의 사건 등에 비추어 지금의 시설 투자가 ‘인간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통신 3사의 2025년 마케팅 관련 비용을 추정해 보면 KT는 ‘판매촉진비 및 판매수수료’ 2.6조원, ‘광고선전비’ 1687억원을, SK텔레콤은 ‘지급수수료’ 5.4조원과 ‘광고선전비’ 1826억원, LG유플러스는 ‘판매수수료’ 2.2조원, ‘광고선전비’ 2095억원을 사용했다. 시설 투자를 위한 감가상각비 외에도 통신 3사는 매년 수조원의 비용을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거나 자사 고객 이탈을 방어하는 데 사용한다.
통화나 데이터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는 어디에 있을까? 통신료 인하의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일까?
그 와중에 ‘담합 의혹’도 있었다.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공동으로 조작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40억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포화된 인간 가입자 시장에서 외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실적을 유지하는 방법은 요금을 높이거나 기존 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5G 기술이 등장하자 감가상각이 끝난 구형 LTE 요금제 가격을 올리거나 소비자 선택지를 교묘히 제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독과점 시장에 안주하는 통신사의 안이한 시장 대응은 소비자의 외면과 정부의 정책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체인저 ‘자동차 회사’를 경계하자통신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이종(異種) 트렌드가 위협 요소다.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차량은 모빌리티 개념이 바뀌고 있다.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고도화된 소프트웨어와 상시 네트워크 연결성을 갖춘 ‘바퀴 달린 모바일 디바이스’다. 차량 한 대가 자율주행,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V2X(차량·사물 간 통신)를 위해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 트래픽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관건이고 이에 따라 통신시장의 패권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IT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는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4.7GHz 대역의 이음5G(5G 특화망) 주파수를 직접 할당받아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했다. 지금은 연구소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하는데 ‘연구’에만 멈출까? 주파수 대신 위성통신을 선택할 수 있다. 테슬라는 위성과 차량을 직결하는 모델을 추진 중이며 통신사가 필요없는 생태계 구축에 노력 중이다.
자동차 회사가 통신 주도권을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 될 것이고 자동차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수 독과점에 취해 있는 통신사는 부가가치 없는 단순 ‘망 임대업자(Dumb Pipe)’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전달만 하고 부가가치를 못 만드는 네트워크라면 굳이 브랜드 통신사를 쓰기보다는 가장 저렴한 통신사를 쓰는 게 합리적이다.
통신사 전체 가입자 수 증감률은 5% 수준으로 둔화됐다. 그런데 이 중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는 12%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다. 통신망을 임차해 자기 브랜드로 저가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이다. 통신 3사의 가입자 기반이 무엇으로 잠식될지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그 외에도 통신 3사의 1인당 매출(ARPU)이 흔들리면 독과점 프리미엄도 사라진다. 그 시점이 빠르면 5년 안에 도래할 수 있으며 더욱이 정부 정책(국가로부터 공공재인 주파수를 부여받는)이 바뀌는 순간에는 통신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통신 3사는 적극적이다. 배당 인상과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외형적으로는 주주환원을 천명했다. 그러나 통신사가 마케팅비를 가입자 끌어올리기에만 쓰며 감가상각비를 매년 의무처럼 인식하기만 한다면 밸류업의 외피 뒤에서 밸류다운이 시작되는 숫자가 머지않아 재무제표에 등장할 것이다.
KT의 2025년의 성과는 일회성이고 한 해로 끝난다. 주력 사업이 받쳐주지 못하면 2026년 손익계산서는 정직하게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9337만 회선의 4할은 사람이 아니다. 통신사 미래가 ‘사물’에서 결정된다. 그렇다고 ‘인간 가입자’를 발판으로 삼는다면 밸류업은 요원하다. 통신망이라는 사회적 공기(公器)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이제는 마케팅 경쟁이 아니라 보안과 서비스 품질로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동차를 비롯한 이종 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 AI에게 묻는다
AI에게 물어본 ‘통신사 이익의 지속가능성’통신사는 보안 사고와 소비자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영업이익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익이 ‘지속가능한 이익’인지 AI를 통해 꼭 확인해 보자.
①현금창출력 점검(감가상각·운전자본 효과 제거)
“비현금성 비용(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사용권자산상각비) 환입 효과와 운전자본 변동(매출채권·단말기할부채권·미수금·매입채무 등)에 따른 일시적 유출입 효과가 혼재되어 있다. 이 두 가지 회계적 노이즈를 제거한 본질 영업현금창출력(Core Operating Cash Power)을 산출해줘.”
②가입자당 수익성 분해(가입자 증감의 진짜 손익 효과)
“통신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가입자 수×가입자당 수익성으로 분해되어야 비로소 성장의 실체가 드러난다. ARPU(가입자당 매출)과 AMPU(가입자당 영업이익, Average Margin Per User)을 분석해줘”
두 질문 모두 통신사 사업보고서의 ‘사업의 내용 → 영업의 개황 → 가입자 현황 / 매출 구성 / 판매비와 관리비 / 현금흐름표 / 주석을 교차 검증해야 답이 나오는 구조다. AI 프롬프트에 상기 정보가 모두 포함된 ‘사업보고서’ 파일을 업로드한 뒤 질문하자.
※상기 글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한 내용입니다.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 읽기’를 통해 기업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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