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60% "1년 내 손절 경험"… 인간관계도 ‘구독 해지’
인간관계에서도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미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족·친구와의 관계를 끊거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정신 건강과 감정 소모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심리 치료 플랫폼 토크스페이스 의뢰로 시장조사기관 토커리서치가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60%가 지난 1년 동안 누군가와 연락을 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50%였으며, X세대는 38%, 베이비붐 세대는 20%에 그쳤다. 젊을수록 관계 단절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

관계를 끊은 이유로는 ‘상대방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29%)’, ‘상대방이 지나치게 부정적이어서(27%)’ 순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의 거리 두기 역시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36%는 지난 1년 간 소셜미디어(SNS)에서 친구나 가족을 차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30%는 같은 기간 동안 가족이나 친구를 단체 채팅방에서 내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연락을 끊었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59%는 현재까지도 관계를 회복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갈등 상황에서 직접 소통을 피하려는 성향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73%는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위해 솔직하게 대화하기보다 상대와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대인 접촉 자체를 줄이려는 흐름도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무인 계산대(64%), 온라인 주문 서비스(68%), 인공지능(AI) 챗봇 및 자동 응답 시스템(42%), 자율주행 택시나 차량 공유 서비스(24%)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선택한다고 답했다.

또 37%는 낯선 사람과 2분간 잡담을 나누는 것보다 전화를 받는 척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답했으며, 40%는 아는 사람과 5분간 대화하는 것보다 길을 건너 피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두 항목 모두 Z세대의 회피 성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가 격리 경향이 결국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응답자의 47%는 ‘평소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34%는 ‘5년 전보다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토커리서치는 “조사 결과 미국인들 사이에서 ‘연락 끊기’와 더불어 추가적인 고립 행동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토크스페이스의 니콜 벤더스-하디 박사는 “관계 속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 같은 방식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 유지와 정서적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되, 불편하더라도 소통과 관계 유지에 참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