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아파트 매물, 6만6914건...전날(6만8495) 대비 1581건(2.3%)↓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 제외 24개 구 가격↑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 한경DB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 한경DB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자 서울 아파트 매물이 하루 만에 1500건 넘게 감소했다. 정부가 세금을 강화해 주택 공급을 시장에 늘리려 했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 서울 집값 상승폭도 다시 커질 수 있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6914건으로 전날(6만8495건)보다 1581건(2.3%) 감소했다. 성북구(-4.6%), 강서구(-3.6%), 노원구(-3%)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매물이 증가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양도세 낼 바에 일단 버틴다

이를 단순 거래 증가로 보기 어렵다. 현재 서울 전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거래를 위해서는 구청 허가와 자금조달계획서 등 각종 서류 절차가 필요하다. 계약부터 허가까지 하루 만에 마무리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번 매물 감소는 다주택자들의 ‘매도 철회’로 해석된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자 집을 팔지 않고 보유를 선택한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꼭 팔아야 했던 다주택자는 중과 유예 종료 전 급매나 증여 방식으로 이미 처분을 마쳤다”며 “이제는 세금 부담이 커진 만큼 집을 거둬들이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까지 ‘막차 거래’가 이어졌다. 지난 9일 서울 강서구청에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는 유예 종료일인 만큼 주말에도 허가 접수 업무를 진행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8일 접수된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총 3273건이다. 평일 기준 하루 평균 818건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464건) 대비 76% 증가했다. 중과세 부활 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매도자와, 향후 매물 감소를 우려한 매수자 수요가 동시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중과 재개 이후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조건이 맞는 매수자를 찾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포기하고 월세 전환이나 장기 보유로 방향을 틀고 있다.

세금으로 매물 유도하려다 되려 ‘매물 잠김’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공급 감소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정부가 세금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려 했지만 시장에서는 반대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5% 상승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구의 가격이 올랐다.

정부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예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까지 매물을 유도해 공급 감소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비거주 1주택자는 집을 팔더라도 결국 다른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 공급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공급 부족도 문제로 제기된다. 김인만 소장은 “입주 물량 감소와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금과 대출 규제가 모두 매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단기 규제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는 서울 전·월세 시장의 주요 공급자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이들을 모두 투기 세력으로만 접근할 경우 결국 임대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