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밀스 메인주지사 / 연합뉴스
재닛 밀스 메인주지사 /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의 승리는 일종의 ‘철칙’이다. 남북전쟁 이후 여당이 의석을 추가한 사례는 FDR의 대공황기, 클린턴의 탄핵 정국, 부시의 9·11 테러 직후 단 세 차례뿐이다. 이례적 격변이 없는 한 오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은 상식적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의석수 변화가 아니다. 공화·민주 양당 지지층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형 변화다. 양당의 기조가 재정립(realignment)되고 있다.
이번 2026년 중간선거 국면에서 공화당 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은 절정에 달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거나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경력이 있는 의원, 또는 그가 통과를 원했던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낙선 운동을 펼쳤다. 예비선거에서 그들에 맞서는 후보를 전폭 지지하는 방식으로 적극적 개입했고,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주의회 선거에까지 손을 뻗쳤다. 그리고 보복에 성공했다.

공화당의 재편은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는 반면, 민주당의 재정립은 이제 시작이다. 민주당의 현재 분위기는 ‘티파티(Tea Party) 운동’이 휘몰아쳤던 지난 2014년 공화당의 모습과 흡사하다. 야당임을 고려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현직 대통령을 향한 반감, 경제적인 어려움에 기인한 반기득권(anti-establishment) 정서, 그리고 자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그 공통점이다. 새로운 방향에 대한 요구는 풀뿌리 표심을 당내 비주류로 이끌고 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최근 메인주에서 일어났다. 연방상원에 출마한 재닛 밀스 주지사가 선거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재선의 주지사이자 주검찰총장, 주하원의원 등을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원 다수당을 노리는 민주당 상원선거위원회(DSCC)와 상원 원내대표가 직접 출마를 종용했다. 그런 그가 사퇴한 이유는 뜻밖에도 선거자금 부족이었다. 오랫동안 경합 지역으로 꼽히는 메인주에서 이번 상원 선거는 민주당의 최우선 순위 공략 지역이며 공화당으로서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지역이다. 그런 환경에서 밀스 후보는 현직 주지사이자 중앙당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을 얻지 못했다. 주류 정치인들이 지지층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빈자리는 그레이엄 플래트너 후보가 채웠다. 굴 양식업자인 플래트너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기득권 타파”를 내세운 그는 척 슈머 원내대표를 꾸준히 비판해 왔다. 이제 슈머 지지 여부는 후보들의 성향을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 특히 미네소타와 미시간 등 연방상원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가 많은 지역에서 더욱 자주 대두된다.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 높아지는 민주당 지지자들

미국 정당에는 당대표가 없다. 그래서 당의 대국민 메시지는 하원 원내대표가 주도한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과거 미셸 오바마의 온건한 메시지를 버리고 “상대가 저열하게 나오면 우리는 더 강하게 응징한다”는 공격적인 슬로건을 내세운 것 역시 폭발하기 직전인 지지층의 분노를 의식한 고육지책이다.

민주당 지지층 내 무게중심의 이동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 또한 지지층 불만의 표적이 되었다. 당선된 지 불과 1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국위원회 회의 때마다 그의 탄핵결의안이 제기되었다. 지난 4월 열린 전국위원회 회의에서는 결국 무산되었지만 비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수의 위원이 탄핵에 찬성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지표는 더욱 냉혹하다. 지난 2025년 9월 발표된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59%가 자당 원내 지도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른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불과 2년 사이 긍정과 부정 평가 수치가 뒤바뀌었다. 같은 해 말 퀴니피액 여론조사에서는 긍정 인식이 역대 최저인 18%까지 추락했다.

높은 부정 평가 수치와 자당 지도부에 대한 여론의 악화 속도는 지난 2014년 공화당이 마주했던 통계와 거의 일치한다. 공화당은 그해 하원에서 약 100년 만에 자당 최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지지층의 불만은 극에 달했었다. 지지층의 눈에 당시 공화당은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이 아닌 큰손 후원자와 기업의 편에 서 있다고 비쳤다. 오늘날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당을 향한 불만과 ‘데칼코마니’다.


그리고 이듬해 트럼프라는 정치 신인이 나타나 공화당의 기조를 빠르게 바꿨다. 이로써 미국 정치에서 또 한 번의 재정립 시대가 열렸다. 트럼프가 빠르게 공화당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티파티’ 운동이 있었다. 문언주의 헌법 해석과 작은 정부 기조의 자유주의(libertarianism) 기반의 움직임으로 일부 보수성향 유권자로부터 시작되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통해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반기득권 정서를 중심으로 포퓰리즘 기조가 더해졌다. 티파티 운동으로 현직 공화당 정치인에게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선거에 출마했고, 2010년 중간선거와 2014년 중간선거를 통해 정치 신인이 대거 의회에 입성했다. 이들이 공화당 지도부를 바꾸고 공화당의 기조를 더욱 강경한 보수성향으로 이끌고자 설립한 단체가 프리덤 코커스다. 프리덤 코커스는 이후 3명의 공화당 하원의장을 사퇴시켰고 현 회기에서도 빈번히 마이크 존슨 의장의 발목을 잡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럼프는 이런 흐름에 올라탔다. 본인은 “커리어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임을 강조했고, 큰 부자임에도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으며 기득권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뭉쳤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정치적 이념이나 수사가 아니다. 이런 정서를 정치적인 힘으로 모으고 움직이는 방식이 핵심이다.

2026년 민주당은 같은 환경에 서 있다. 티파티 같은 단일 구심점은 없지만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날 조건은 충족되었다. 트럼프가 11년 전 해냈듯 민주당에서도 이런 흐름의 변화를 세력화하는 인물이 올해 중간선거를 통해 부상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기조 재정립은 향후 1~2년간 심화되어 2028년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민심의 변화를 자기 방식으로 낚아채고 이끌어가는 능력은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다. 버니 샌더스를 위시한 민주당 내 진보 진영(progressive wing)에서는 수년째 티파티를 소위 ‘좌파 버전’으로 재현하고자 시도하는 인물이 여럿 있다. 2025년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 실리콘밸리의 로 칸나 의원 등은 지지층의 갈증을 포착하며 차세대 리더로 빠르게 부상 중이다. 이들이 민주당의 차기 지도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메인주 민주당 유권자들이 보다 진보적인 아웃사이더 플래트너 후보에 힘을 실었듯, 당심이 비주류에 모이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결국 이념보다 민생이 승부처 될 것

제도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개빈 뉴섬이나 조시 샤피로 같은 기업 친화적 중도파를 차기 리더로 꼽는다. 이는 정치권 내부 인식과 바닥 민심의 괴리를 보여준다. 현 국면을 “뉴섬의 정당인가, 맘다니의 정당인가”로 압축할 수 있다.

민주당의 티파티 시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예비선거는 메인주에서의 사례와 같이 양당 지지층의 무게중심 변화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이 누가 될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념보다 민생이 승부처가 된다는 점이다. 주거·물가·임금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법으로 당파를 넘어 민심을 결집하는 인물이 새로운 민주당의 얼굴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경제적 불안을 파고들어 공화당을 재정립했듯, 차기 민주당 지도자도 같은 문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립된 민주당이 2028년 집권한다면 미·중 관계와 통상정책, 그리고 한·미 동맹의 운용 방식에도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2026년 예비선거는 그 서막이다.

장성관 D&A Advisory 미국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