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의 경제 판단 시각에 관심
기준금리 놓고 한은의 고민도 깊어
신현송 한은 총재 커뮤니케이션 중요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순수한 정책 신호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그 결정이 담고 있는 정보를 읽는다. 4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을 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한국은행이 지금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였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시장이 중앙은행만이 가진 경제 정보를 역추론하는 계기가 되고, 이것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물가 기대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내렸는데 오히려 소비가 위축되거나 동결했는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것이 그 사례다. 기준금리가 ‘무딘 칼’이라면, 그 칼을 어떻게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언어가 때로는 칼 자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지금 그 언어가 감당해야 할 목표가 너무 많아졌다는 데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처한 환경은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쉽지 않다. 한쪽에서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2%대 중반으로 올라섰고, 유가와 환율 불안이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중동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실질소득과 내수를 약화시키고 있다. AI 서버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수출은 호조지만 내수·건설·자영업은 취약하다. 인상, 인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하나로 감당해야 할 목표는 지나치게 많다.

이런 국면일수록 커뮤니케이션의 정교함이 중요하다. 같은 동결도 시장이 금리 조정 전 대기로 읽는지 아니면 다른 신호로 읽는지에 따라 금융시장의 반응은 달라진다. 중앙은행이 의도한 정책 신호와 시장이 역추론한 경제 정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과제다. 최근 중앙은행 논의의 흐름도 단순한 ‘데이터 의존적 통화정책’에서 ‘불확실성 관리와 시나리오 기반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행이 해야 할 일은 금리 경로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기다리고 어떤 조건에서 움직일지를 시장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다. 신현송 총재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시장은 새 지도부가 경제를 어떻게 읽는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보 충격의 불확실성을 평소보다 크게 만드는 조건이다. 같은 금리 결정이라도 시장의 역추론이 더 넓은 범위로 퍼질 수 있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기대와 실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한국은행의 말 한마디가 무겁다.

기준금리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금융안정 수단의 역할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은 스트레스 DSR 등 여러 건전성 장치를 운용하고 있지만 비은행 금융중개와 시스템 전반의 연계 리스크를 한꺼번에 보는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부동산 PF와 비은행권 유동성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어 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가를 위한 금리 판단과 금융안정을 위한 위험 진단이 뒤섞이지 않아야 시장도 금리 결정의 의미를 과도하게 역추론하지 않는다. 신현송 총재가 BIS에서 오랫동안 주목해 온 것도 바로 이런 금융중개의 변화다.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금융활동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는 기존 건전성 지표만으로는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 그 경험이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분석과 조기경보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준금리는 무딘 칼이다. 그러나 그 칼을 쥔 손의 언어는 칼보다 먼저 시장에 닿고, 시장은 그 언어에서 중앙은행이 보는 경제의 모습을 읽어낸다. 무딘 칼의 한계를 줄이는 방법은 더 크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그 칼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정확히 설명하고 할 수 없는 영역을 더 정밀한 수단으로 채우는 것이다.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