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 청약통장, 약 13만명 해지
한은, "최근 증시 활황 속에 개인 자금이 증시로 이동"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 수가 2605만1929명이었다. 지난해 12월(2618만4107명)과 비교하면 올해에만 13만2178명이 청약통장을 깼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 2020년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2850만명 수준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는 당시보다 200만명 넘게 줄어든 상태다.
최근 청약 시장에서는 “당첨돼도 집을 사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서울 강남권 청약은 사실상 ‘가점 만점자와 현금 부자들의 리그’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 59㎡C형 2 가구 중 가점제로 공급한 한 가구의 당첨 가점이 84점으로 만점이었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을 모두 충족해야 가능한 점수다. 장기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서 대가족을 부양해야 받을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뭐에 당첨된 건지"
당첨이 돼도 문제다. 59㎡C형 기준 최고 분양가는 17억9000만원이었다. 평당(3.3㎡) 약 7800만원 수준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17억원 이상 낮게 책정됐지만 실제 계약 과정에서는 대규모 현금이 필요하다.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등을 직접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 20억원 아파트의 계약금을 20%로 적용하면 초기 계약금만 4억원이다. 여기에 중도금 일부와 잔금까지 합하면 입주 전 현금 1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경우도 나온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장기간 청약통장을 유지한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회의감도 커지고 있다. 한 직장인은 15년 넘게 매달 청약통장에 돈을 넣었지만 신혼부부·다자녀 특별공급 등에 밀려 청약에서 5번 연속 탈락했다. 목돈이 장기간 묶여 있는데도 이자는 낮고 당첨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주택청약금마저 '증시行'
이런 분위기 속에 청약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와 함께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주변 자금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광의통화(M2)는 한 달 새 13조1000억원 감소했다. 한은은 최근 주식시장 활황 속에 개인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청약 제도가 늘어난 1인 가구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가점제는 부양가족 수와 혼인 여부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미혼 청년층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청약통장 장기 가입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제도상 가입 기간 점수는 최대 17점으로 제한돼 있다. 가입 기간이 15년을 넘어도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청약통장에 오래 가입해도 당첨 가능성이 낮고 실제 당첨 이후 자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청약통장 매력이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민간분양 역시 성실하게 오래 납입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