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수 300만6000명, 15년 만에 처음
반면, 유로존 실업률 6.1%, 사상 최저치
1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의 실업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 300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명을 돌파했다. 독일 실업자 수는 최근 48개월 중 42개월에 걸쳐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로존 전체 실업률은 올해 초 6.1%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
독일은 사실상 유럽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독일의 싱크탱크 독일경제연구소(IW)의 노동시장 전문가 홀거 셰퍼는 “강한 일자리 창출과 실업 감소로 대표됐던 ‘황금의 10년’이 끝났다”고 말했다.
독일은 ‘일자리의 나라’라고 불린 적이 있었다. 자동차와 기계 등 주력 산업이 수출 호황으로 급격히 성장해 주변 국가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오기도 했다. 이에 유로존 내에서도 독일이 유독 고용률이 높았다.
실업자 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수년간 누적된 경기 침체와 산업 쇠퇴를 꼽는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0.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독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엔지니어링·화학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높은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로 수년째 인력 감축을 이어오고 있으며, 중국 경쟁업체와의 경쟁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역시 독일산 제품 수요 약화에 영향을 줬다.
국가대표 산업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일자리 5만개를 감축하기로 했다. 보쉬는 같은 기간 2만2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2035년까지 총 22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에는 19만개로 예상했으나 규모가 더 커졌다.
다만 독일은 강한 노동법이 있어 대규모 해고가 어렵다. 대신 명예퇴직, 채용 축소, 조기 퇴직 유도 등의 방식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감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채용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구인구직 포털 슈테프스톤(Stepstone)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 채용 공고는 최근 5년 평균에 비해 42% 줄었다. 독일 노동시장 연구소(IAB)의 베른트 피첸베르거 소장은 “채용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새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은 팬데믹 시기 수준까지 급격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인프라·국방 지출을 확대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실업 증가로 사회보장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전망은 밝지 않은 상태다. 독일의 GDP 대비 사회보장 지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사상 최고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당원들에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복지국가는 더 이상 우리 경제로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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