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약 임차인, 1개월 덜 살고 쫓겨나듯 나가
토허제 지역 내 비거주 1주택자도 '실거주 의무' 유예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일 토허제 지역 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집이라도 매매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다주택자의 ‘세 낀 집’ 매도에 한해 같은 혜택을 적용했는데 이를 비거주 1주택자까지 넓혔다.
현재 토허제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면 거래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입자가 있는 집은 거래가 어려웠다. 정부는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를 미뤄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 집에서 덜 살았는데"...계약갱신청구권 사실상 무력화
문제는 세입자 권리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6년 5월 12일 기준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다만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새 집주인이 입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는 2년 계약 후 추가로 2년 더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입주를 요구할 경우 세입자가 계속 거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장기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5월 계약을 맺고 2026년 7월부터 2028년 6월까지 거주하기로 한 세입자의 경우, 집주인이 집을 매도하면 계약 종료 시점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생긴다. 정부 발표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만큼 현장에서는 “정책 변화에 세입자만 피해를 본다”는 반응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결국 거래 활성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거래가 막힌 강남권 등 토허제 지역의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임차인 보호 원칙이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비거주 1주택자'도 혼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비거주 1주택자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자녀 교육이나 직장 문제 등으로 본인 집은 임대하고 다른 지역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들에게 집을 팔 수 있는 길은 열어줬지만, 이후 다시 토허제 지역 내 ‘세 낀 집’을 매수할 때는 실거주 유예 혜택을 제한했다.
결국 집을 팔더라도 새 집을 사면 4개월 안에 직접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집을 팔아도 문제, 안 팔아도 문제”라는 불만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예외 규정을 반복적으로 추가하면서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토허제가 원래 실거주를 전제로 만든 제도인데, 일부 예외를 계속 허용하다 보니 정책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과 거래를 늘리겠다는 정책이 계속 충돌하고 있다”며 “결국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시장 참여자들도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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