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여파에 빵·우윳값 묶는다… 영국, 가격상한제 검토
영국 정부가 슈퍼마켓 체인을 대상으로 빵·달걀·우유 등 필수 식료품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식품 물가를 직접 억제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1970년대식 실패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슈퍼마켓 체인에 필수 식품 가격 상한 설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슈퍼마켓들이 빵·달걀·우유 등 필수 식료품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할 경우, 정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업체에는 탄소중립 포장 규제 일부를 면제하거나 건강식품 판매 의무 등 비만 억제 정책 적용을 유예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재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해당 방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 경영진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책 추진은 중동전쟁 여파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식품·음료 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파로 비료 등 주요 공급망 불안 우려까지 커지면서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재무부는 오는 21일 생활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가격상한제와 관련한 정부·업계 간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재무부 측은 “가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영국소매업협회(BRC)의 헬렌 디킨슨 회장은 “소매업체 부담은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정부 정책 비용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통제는 1970년대 실패한 정책으로의 회귀”라며 “유통업체에 손해 판매를 강요하기보다 식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정책 비용 자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텔레그래프는 식료품 가격상한제에 대해 “슈퍼마켓들이 가격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더 저렴한 외국산 식품으로 눈을 돌리도록 부추길 위험이 있다”며 “영국 내 농업 경쟁력 약화와 식량 안보 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