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이후 원·하청 간의 교섭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하청노조가 2017년 1월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약 8년 만이며, 2심 판결이 나온 지 7년 6개월 만의 대법원 최종 결론이다.
앞서 하청노조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측이 이를 거부하자 노조 활동, 산업안전, 고용 보장 등을 의제로 삼아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원청업체가 하청노조에 대해 이러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다.
과거 대법원은 2010년 3월 판결을 통해 원청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조에 지배·개입했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 대상인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본 사건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HD현대중공업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청업체가 사실상 지배·개입 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는 ‘사용자’의 개념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와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다.
1·2심 재판부는 단체교섭 의무가 성립하려면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의 사용종속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HD현대중공업과 하청노조 사이에 이러한 계약 관계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노동계는 이번 선고를 앞두고 전향적인 판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긴 시간 동안 하청 노동자의 기본권이 침해당한 것을 고려하면 너무나 늦은 선고"라며 "현장의 하청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가며 노조법 개정까지 이끌어낸 만큼, 대법원도 정의에 기반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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