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보여준 ‘탄소자산’의 힘
재무·운영·조달·공급망까지 번진 탄소관리
삼정KPMG “탄소, 비용 아닌 경영 자산”

글로벌 탄소시장의 트렌드와 기업들이 당면한 탄소 리스크. 자료=삼정KPMG
글로벌 탄소시장의 트렌드와 기업들이 당면한 탄소 리스크. 자료=삼정KPMG
삼정KPMG가 20일 발간한 보고서 ‘탄소 청구서의 역습, 4대 리스크를 기회로 바꾸는 탄소자산 관리의 해법’에서 탄소를 경영 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가 기업 실적과 수출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미국의 청정경쟁법(CCA) 논의,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 4기 개막 등 탄소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면서 기업의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탄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관련 비용이 ‘현실화된 부채’로 전환돼 기업 경영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정KPMG는 기업이 탄소 리스크를 재무, 운영, 에너지 조달, 공급망 등 네 가지 부문으로 나눠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무 부문 사례로는 테슬라가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자동차 배출 규제를 맞추는 데 필요한 탄소 크레딧 판매로 약 30억달러(4조1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규모로, 2024년 순이익의 30%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가 남는 탄소 크레딧을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운영 부문에서는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털이 사례로 소개됐다. 옥시덴털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을 활용해 탄소 제거 크레딧을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탄소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일이 비용 부담을 넘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달 부문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뤄졌다. 보고서는 MS가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해 투자 판단에 반영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탄소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와 공급망, 제품별 배출량을 추적해 내부 의사결정과 외부 공시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엑셀 취합이나 수기 보고를 넘어 생산, 구매, 회계 데이터와 탄소 데이터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조달 부문에서는 구글이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24시간 무탄소 전력으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사례가 소개됐다. 구글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에너지저장장치(ESS), 차세대 원전 등을 조합해 실제 전기를 사용하는 시간 단위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보고서는 전력 구매가 단순히 전기요금을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수출과 고객사 평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부문에서는 화학 기업 BASF가 제품별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한 사례가 제시됐다. 원료 구매부터 생산, 물류, 납품까지 제품 하나가 만들어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국내 제조업도 협력사가 많은 만큼 협력사의 배출량 측정과 감축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정KPMG는 이를 위해 재무 측면에서는 고품질 배출권 확보와 내부 탄소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 측면에서는 ERP와 연동된 탄소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배출량 관리와 데이터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조달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 PPA와 무탄소 전원을 결합해 전력과 탄소 리스크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협력사 탄소발자국 측정과 저탄소 인증 지원을 통해 전체 공급망의 탄소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이 탄소 대응을 ESG 부서나 공시 담당 조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탄소 비용이 제품 원가, 전력 구매, 협력사 관리, 수출 경쟁력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석 삼정KPMG ESG비즈니스그룹 리더 부대표는 “기업은 공시 규제 준수를 넘어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 확보와 투자자 소통 강화를 위한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기업은 탄소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능동적인 ‘탄소자산 관리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