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평판을 객관적 지표로 증명하는 시험대 올라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공학 전환 논란 속에서 국내 여자대학들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창학 120주년을 맞이한 숙명여대의 행보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2024년 취임 이후 고정관념을 깨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시연 총장이 있다.

문 총장은 최근 영부인 김혜경 여사에게 자랑스러운 숙명인상을 수여하며 정·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국내 최초의 외국인 전용 한류국제대학 출범, 그리고 총장 부임 이후 과감한 AI 교육 실험을 진두지휘하며 대학 브랜드 가치를 수직 상승시키고 있다.

특히 창학 120주년 기부 캠페인의 첫 주자로 나서 사재 1억 2000만원을 쾌척한 모습은 단순한 행정가를 넘어선 솔선수범형 책임 경영 리더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Appearance
황실의 품격과 AI 시대의 유연함을 입다


리더의 옷차림은 움직이는 메시지이자 시각화된 전략이다. 문 총장의 옷차림은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정중함과 친근함을 변주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정통 네이비 블레이저와 골드 버튼으로 120년 민족 사학의 당당한 정석을 보여준 반면, 교정 인터뷰에서는 연한 보라색 깅엄체크 재킷을 선택했다. 이는 AI 시대라는 무거운 담론 속에서 권위주의를 걷어내고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유연한 완급 조절이다.

또한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한 전야제에서 영부인의 핑크 슈트와 대비를 이루는 은은한 파스텔블루 팬츠 슈트로 탁월한 비주얼 커플링을 완성했다.

언론 인터뷰 역시 다크 네이비와 핑크 셔츠의 매치로 이성과 감성이 융합된 미래형 인재상을 대변했으며, 황실 문양 골드 배지로 숙명만의 독점적 헤리티지를 각인시켰다.

가장 강렬한 스타일은 고척스카이돔 시구 현장이었다. 문 총장은 올 화이트 바지에 야구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여대 총장에게 기대되는 정형화된 우아함을 과감히 깨부수며 역동적인 리더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홈커밍데이의 정제된 네이비와 화이트 룩부터 야구장의 야성미까지 넘나드는 문 총장의 외적 이미지는 그 자체로 숙명이 마주한 유연하고 강력한 미래 경쟁력을 대변하고 있다.
김혜경 여사와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이 5월 21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숙명 창학 120주년 기념 전야제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혜경 여사와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이 5월 21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숙명 창학 120주년 기념 전야제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ehavior
말보다 먼저 움직였다…실행으로 증명한 총장 리더십


문 총장의 행동 브랜딩은 선제적 결단과 솔선수범이라는 핵심 가치로 요약된다. 문 총장은 취임 직후 추진된 창학 120주년 기부 캠페인에서 사재 1억2000만원을 출연하며 첫 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기관장이 먼저 재정적 기여에 앞장선 실천은 학내 구성원과 동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흐름은 김혜경 여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방한 당시 착용했던 은 쌍가락지를 자선 경매에 기부하는 등 동문 사회 전반의 자발적 기부 행보로 이어졌다.

또한 고종 황제의 증손자인 이준 황손이 이끄는 의친왕 기념사업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황실 유품을 교내 박물관에 유치한 것은 숙명여대의 뿌리인 대한제국 황립학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역사적 브랜딩의 일환이다. 이는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유물을 확보해 전시하고 콘텐츠화하는 실천적 행보로 평가받는다.

프로야구 마운드에서 선보인 시구 역시 단순한 이벤트 참여를 넘어선다. 온화함에 치우치기 쉬운 여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대학 리더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됐다.
문시연 총장이 3월 6일 숙명여대 행정관에서 의친왕기념사업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숙명여대
문시연 총장이 3월 6일 숙명여대 행정관에서 의친왕기념사업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숙명여대
Communication
‘아웃씽커스 숙명’…틀을 깨는 언어가 브랜드가 되다


문 총장의 소통 스타일은 프랑스 소르본누벨대 박사 출신의 글로벌 감각과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선점 능력에 기반한다. 그가 제시한 ‘아웃씽커스 숙명’이라는 슬로건은 기존의 제한적인 여성 교육 프레임을 탈피해 틀을 깨고 생각하는 주체적인 여성 리더십의 방향성을 명확히 타기팅하고 있다.

한류국제대학을 출범시킬 때 보여준 설득 논리는 정교했다. 한류는 일시적 흐름일 뿐 학문화하기 어렵다는 보수적인 시각에 맞서 한류를 단순한 대중문화를 넘어선 문화적 플랫폼이자 융합 학문으로 재정의했다.

이는 숙명여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는 논리로 내부를 설득하는 동력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중동과 유럽 등 12개국에서 수백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의 교육 혁신을 논할 때 그의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구체성을 띤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며 학생들이 AI와 협업 및 경쟁하는 AI 독서 토론 대회를 기획한 것은 기술을 배척하기보다 도구로 활용해 인간 고유의 문해력과 관점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소통이다.

기초적인 번역과 정보 습득은 AI가 하더라도 맥락과 뉘앙스를 살리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메시지는 기술 만능주의 시대에 인문학적 가치를 더하려는 대학의 교육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브랜드’를 ‘성과’로 증명하는 일

창학 120주년 이후 대학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문 총장 앞에 놓인 실질적인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대외적 성과의 지표화다. 가치 평판이 취업률 상승, 세계 대학 순위 제고, 대형 국책 사업 수주 등 객관적인 대학 역량 평가 지표로 연결돼야 한다.

둘째는 역사적 정체성과 첨단기술의 융합이다. 대한제국 황실의 전통성과 AI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이질적인 두 가치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통합적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들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류국제대학의 지속가능성 확보다. 단기적인 한류 열풍에 의존해 유학생을 모으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독보적인 커리큘럼을 고도화하고 취업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문 총장이 특유의 실행력과 논리적 소통으로 이러한 복합적 과제들을 해결하며 숙명여대를 글로벌 명문 대학의 반열에 어떻게 올려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