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을 해야 한다. 그저 그런 결과에는 그저 그런 과정이 있다. 이번 호는 다른 행동을 시도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비즈니스를 살펴본다. 바로 물리적인 실물 없이 하는 비즈니스다. 1. 실물 없이 할 수 있는 테스트페이크 도어 테스트(Fake Door Test)라는 것이 있다. 미개발 제품, 서비스를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 랜딩페이지 등으로 회원 가입, 신청, 클릭,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소비자의 초기 반응을 측정해 시장성을 빠르게 검증한다.
페이크 도어 테스트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제품을 개발하기 전 아이디어만 있는 단계, 콘셉트만 잡은 단계일 때 시장성이 있을지 이윤이 남을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테스트다. 이 접근 방법은 본격적으로 돈, 시간, 인력을 투입해서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 수요를 미리 확인해서 일을 추진할지 접을지 신속히 판단할 수 있다.
이 테스트를 한 결과 개발 착수 안 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이 나거나 여기까지만 개발하고 더 이상은 개발 안 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이 난다면? 초기에 방향을 바꾼 것이니 실패하더라도 손해가 적고 빠르게 피버팅이 가능하다. 초기 샘플 비용이나 데모 비용만 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테스트를 한 결과 시장성이 밝다고 나왔다면? 이 제품에 대한 초기 검증이 된 것이니 안심하고 개발을 계속하면 된다. 또 이 테스트 결과 근거를 바탕으로 외부로부터 자본을 추가로 투자 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신뢰성을 인정받았으니 이 과제에 더 많은 인력, 시스템, 환경 지원을 투자받기에도 용이하다.
예를 들어 한 금융 스타트업은 간편한 송금 앱에 대한 수요를 미리 검증하기 위해 실제로는 서비스가 없지만 단순한 송금 기능만 보여주는 웹페이지만 만든 적이 있다. 이 웹페이지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고, 클릭하고, 궁금해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한 후 이 스타트업은 본격적인 앱 개발에 착수했다. 시장성이 있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비스가 동작하는 웹페이지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이 기능을 실제로 이용하는지, 이 메뉴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 버튼을 많이 누르는지는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리소스가 풍족하지 않았던 이 스타트업은 불필요한 곳에 들어갈 리소스를 최소화하고 고객들이 많이 클릭했던 핵심 기능에만 리소스를 집중할 수 있었다.
한 식품 업체는 ‘몸에 좋은 라면’, ‘좋은 재료를 쓴 라면’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아직 개발 시작도 안 했고 제품 실물도 없지만 이 콘셉트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웹사이트만 구축하고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했다. 사람들의 니즈, 관심도를 우선 재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런 웹사이트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도 리소스가 많이 들지 않냐 고? 이제 이런 웹사이트는 외주 플랫폼에서 몇만원 안팎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심지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전문가가 아니어도 몇 번의 프롬프팅, 수정, 드래그 앤 드롭으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는 몇 분 안에 뚝딱 만들 수 있다. 코딩이 필요없다.
또 다른 식품 스타트업 업체는 아예 웹사이트에 제품 프리오더 기능까지 추가해서 잠재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제품 콘셉트에 관심을 표명한 고객이 정말 비용 지불까지 해서 구매를 하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실제로 구매까지 한 고객들에게는 제품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환불해주고, 추후 할인 쿠폰으로 보상해주었다. 이 소중한 진짜 고객들의 의견은 중요하므로 이들에게는 추가 조사를 해서 제품의 어떤 포인트가 매력적이었는지 무엇이 수정, 추가되면 좋겠는지 피드백도 받았다. ‘무가당’, ‘건강’, ‘고단백’ 이런 키워드가 마음에 들었다는 의견이 접수되면 그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딩을 하고 웹사이트를 업그레이드했다. 무작위로 무조건 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 홍보에 도움이 될 소비자, 실제 제품을 살 만한 소비자만 조사했으니 회사의 인력, 시간, 돈도 아꼈다. 여러모로 똑똑한 업무 진행이다. 2. 실물 없이 할 수 있는 홍보영미권 책 시장에서는 최근 버추얼 굿즈(Virtual Goods)가 출현했다. 책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기념으로 주는 북커버, 책갈피, 엽서, 컵, 손수건, 노트, 볼펜을 굿즈라 한다. 그런데 이제는 물리적으로 실체는 없지만 소유할 수 있고 교환할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는 버추얼 굿즈가 나왔다.
책 주인공이나 책 내용의 클라이맥스나 책 작가가 표현된 전용 월페이퍼, 엑스트라 에필로그가 담긴 파일, 팬들에게만 숨겨진 보너스 챕터, 줌 배경화면 이미지, 책 주인공으로 꾸민 SNS 프로필 이미지, 이런 것들이 버추얼 굿즈다. 책 구매자를 단순한 소비자로 보지 않고 책의 팬, 주인공의 팬, 작가의 팬으로 본다면 확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독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버추얼 굿즈 비즈니스는 다운로드 파일 형태로 제공해서 책 수집가들, 작가 팬들, 특정 장르 팬들, 주인공 캐릭터 팬들의 독서에 대한 열정, 동기, 수집욕, 소속감, 팬 커뮤니티를 자극한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버추얼 굿즈가 활성화되면 버추얼 굿즈 자체도 책에 묶이지 않는 독립적인 디지털 자산이 되어 책도 굿즈도 둘 다 시장이 넓어진다. 이 디지털 특전이 책의 선 주문, 초판 홍보 전략, 지속 매출에 유용함은 당연하다.
특히 이런 다운로드 파일을 한 번만 공개하고 끝이 아니라 수시로 공개하거나 월 단위로 새 디자인 파일이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팬들은 계속 웹에 접속해보고 새 소식을 찾아볼 것이다. 책이라는 물성이 이제는 물성 없는 형태로도 스스로 자기 시장을 확대하며 날고 있다. 마치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OTA (Over The Air)처럼 말이다.
다른 이야기도 해보겠다. 롱런하는 프리미엄 제품들은 이미지, 평판, 언어, 태도, 관계, 시간에 주력한다. 이것이 프리미엄 제품들의 영향력을 형성하고 이것은 곧 자산이기 때문이다. 일관된 스타일링, 반복되는 메시지, 주요 키워드는 이 제품의 브랜드가 된다. .
이 이야기를 왜 하냐 하면 이런 버추얼 굿즈들이 바로 이런 영향력의 자산화, 영향력의 구조화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들은 책, 책 주인공과 책 작가의 이미지, 평판, 관계, 스타일을 만들어주고, 계속 퍼뜨려주고, 또 계속 업데이트해준다. 노동이 들어가는 시간, 실물 책 없이도 반복적으로, 무한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팬들의 마음속으로 날아가주는 좋은 ‘제품’이 되는 것이 버추얼 굿즈다.
<보이지 않는 것을 팔기②>편에 계속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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