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영받는 안창호함 >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23일(현지시간) 해군 장병들의 환영을 받으며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로 입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 환영받는 안창호함 >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23일(현지시간) 해군 장병들의 환영을 받으며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로 입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한국과 독일의 수주전이 외교·안보와 에너지를 결합한 총력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자국 방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산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도입 계약이라는 파격적인 '정부 패키지'를 던졌다.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는 27일(현지 시간) 독일 정부 소유의 에너지 기업 세페(SEFE)가 캐나다 크시 리심스(Ksi Lisims) LNG 프로젝트와 최대 20년간 연간 100만 톤(MTPA) 규모의 LNG 매매 계약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HOA)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LNG 계약은 독일 정부의 '잠수함 절충교역(국방 무기 구매에 따른 반대급부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발표 당일 오타와 방산 박람회(CANSEC)에 참석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잠수함을 선택할 경우 캐나다에 총 860억 캐나다달러(약 93조 4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돌아갈 것이라며 에너지 인프라 개발 협력을 공식 제안했다.

독일이 잠수함 수주를 목적으로 '미래의 구매 약속'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과 달리, 한국은 이미 캐나다산 LNG 도입국으로 에너지 동맹 관계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1년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에서 진행 중인 총 사업비 480억 캐나다달러(약 48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 'LNG 캐나다' 프로젝트에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함께 지분(5%)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험준한 로키산맥을 횡단하는 670km 배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공정 지연과 비용 상승 리스크 속에서도 지난해 1단계 상업 생산을 성공시켰다.

이를 통해 한국은 연간 약 70만 톤의 안정적인 LNG 지분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캐나다 자원개발의 주요 파트너로 태평양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해 온 실질적 혈맹인 셈이다.

향후 추진될 'LNG 캐나다 2단계 확장 사업'까지 고려하면 양국의 에너지 결속력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K조선 최고”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왼쪽 두 번째)이 2일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세 번째)의 안내를 받아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 제안된 장영실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K조선 최고”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왼쪽 두 번째)이 2일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세 번째)의 안내를 받아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 제안된 장영실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업계는 이 같은 구조적 신뢰가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무기 체계 자체의 경쟁력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잠수함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독일의 제안과 달리, 한국의 장보고함(도산안창호함)은 이미 실전 배치돼 태평양을 건너온 검증된 실체가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현지 조선·방산·에너지를 넘어 우주 분야까지 아우르는 패키지를 제안했으며,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최대 규모의 데이비 조선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지 함정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캐나다로부터 수조 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역제안까지 더해지며 실질적인 경제적 반대급부의 무게감을 키우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독일이 국영 기업을 동원해 캐나다의 숙원인 유럽향 LNG 수출 채널을 열어주는 카드로 막판 공세를 펴고 있으나, 캐나다 측이 자국 자원 개발의 고비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한국의 진정성과 검증된 무기 체계의 신뢰성을 종합적으로 저울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