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 한경DB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 한경DB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높이며 증시가 우려했던 ‘160조원 매물 폭탄’을 피하게 됐다. 최근 코스피 급등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원칙대로라면 대규모 주식을 매도해야 하지만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해 시장 충격을 줄일 전망이다.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제5차 회의를 열었다. 본 회의에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를 국내외 주식,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해 수익을 낸다. 이 과정에서 특정 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이 정해져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했다. 국민연금이 새로 국내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 가치가 크게 뛰었다. 이 결과 전체 자산 중 국내주식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다.

160조원 규모 폭탄 피했다
올해 2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4.5%였다. 기존 목표치인 14.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에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주식 비중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졌다. 결국 목표치와 실제 운용 비중의 괴리가 커지자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비중 조정에 나선 것이다.

원래 규칙대로라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을 팔아 목표 비중을 다시 맞춰야 한다. 이를 ‘리밸런싱(Rebalancing)’이라 한다. 투자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팔아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원칙대로 비중 조정에 나설 경우 최대 160조원 규모의 국내주식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만큼 실제 대규모 매도가 이뤄질 경우 증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결정과 함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SAA는 목표 비중에서 일정 수준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범위다. 다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매도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급 악재 하나가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주식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 그만큼 국민연금 손실 규모도 커진다. 당장 국민이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덜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국민연금은 수십 년 뒤까지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투자 손실이 기금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와 실제 운용 상황을 반영한 현실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주식 비중 확대는 그만큼 국내 증시 변동성에 대한 노출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